마을회장 면전에서 장비 기사가 거액 요구… 묵인 정황 '충격'
"보존한다"던 사구 모래, "마을 추천 중장비 기사가 20여대 분 빼가"
돈 문제 얽힌 후 내세운 '해안사구 보존'… 설득력 잃어
합법적 사유재산권 침해에 지역 사회 시선도 '싸늘’

제주시 이호동의 한 건축 공사 현장. 마을 측이 '해안사구 보존'을 주장하며 내건 현수막과 함께 중장비가 멈춰 서 있다. 정작 마을에서 추천한 중장비 기사가 이 사구 모래를 대량 반출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박창원 기자.

제주시 이호동의 한 건축 공사 현장. 마을 측이 '해안사구 보존'을 주장하며 내건 현수막과 함께 중장비가 멈춰 서 있다. 정작 마을에서 추천한 중장비 기사가 이 사구 모래를 대량 반출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박창원 기자.

AD
원본보기 아이콘

제주시 이호동의 적법한 건축 허가 공사가 마을회의 '자연 보전' 명분 아래 수개월째 중단된 가운데, 마을회장이 추천한 중장비 기사의 1,000만 원 발전기금 요구와 사구 모래 반출 정황 등 무리한 이권 갈등이 불거진 이후에야 뒤늦게 보존을 주장하고 나선 사실이 확인되면서, 당초 내세웠던 환경 보호 명분이 결국 '돈 요구'를 포장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호동 사구 논란으로 포장된 건축 갈등의 시작에는 착공 전후로 오간 '마을 발전기금' 등 금전적 눈높이 차이와 상식을 벗어난 무리한 요구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본지가 입수한 지난 1월 5일 자 제주 이호 동장실에서 제주시 관계자와 이호 서마을회, 건축주가 대면 협의한 녹취록에 따르면, 건축주는 원활한 공사 진행과 주민 화합을 위해 착공 전 두 차례에 걸쳐 마을 측에 금전을 전달했다.


600만 원 건넸지만 "그 돈 아무것도 아냐" 비하 후 반환

건축주는 연말에 '마을 어르신 식사비' 명목으로 자진해서 100만 원을 입금한 데 이어, 1월 2일에는 '마을 발전기금' 명목으로 500만 원을 추가 입금해 총 600만 원을 건넨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당시 회의에서 한 마을 관계자는 이 금액에 대해 "요새 돈 1,000(만 원), 100억이야. 그 600? 대단한 거라고 생각하시면 안 돼. 우리 마을 무슨 돈 600 없다고 죽고 살고 그렇지 않아"라며 건축주의 금전적 성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발언을 하자, 건축주는 "아들한테 빌려서 보낸 저한테는 큰돈입니다. 깎아내리지 말아달라"며 저자세의 태도를 보였다.


취재 결과, 해당 600만 원은 이후 공사 중단 갈등이 격화되면서 건축주에게 다시 반환된 것으로 파악됐다.


마을회장 면전에서 1천만 원 요구… '깜짝 놀랐다'던 해명 거짓 논란

더 큰 문제는 공사 현장 안팎에서 벌어진 노골적인 금전 압박 정황이다.


공사 초기에 투입된 덤프트럭과 포크레인 기사는 다름 아닌 마을회장이 직접 추천한 인물로 마을회장의 친구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건축주에 따르면 공사 첫날 해당 덤프 기사가 마을회장, 총무, 건축주를 한자리에 모아놓고 "마을 발전기금 1,000만 원을 내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했다는 점이다.


더욱 심각한 대목은 당시 현장에 있던 마을회장과 총무가 이 같은 부당한 요구를 제지하기는커녕 묵인하듯 듣고만 있었다는 사실이다.


압박감을 느낀 건축주는 결국 다음 날 마을회장을 따로 만나 "500만 원 정도가 적정할 것 같다"는 의사를 전한 뒤 마을 측에 해당 금액을 송금한 정황이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


앞서 마을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친구인 덤프 기사가 그런 이야기를 해 깜짝 놀랐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마을회장 본인이 동석한 자리에서 거액의 발전기금 요구가 버젓이 이뤄졌고, 이후 건축주와 직접 금액 조율까지 거친 주장이 나오면서 마을 지도부의 암묵적 동의나 가담 의혹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자연 보존'을 내세운 이호동 갈등의 이면으로 뒤늦게 드러난 거액의 발전기금 요구와 사구 모래 반출 의혹이 마을회의 명분을 뒤흔들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자연 보존'을 내세운 이호동 갈등의 이면으로 뒤늦게 드러난 거액의 발전기금 요구와 사구 모래 반출 의혹이 마을회의 명분을 뒤흔들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원본보기 아이콘

"사구 지킨다"더니… 정작 마을 추천 기사는 모래 20대 분량 반출

여기에 '환경 보존'이라는 마을회의 명분을 근본적으로 뒤흔든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건축주에 따르면, 마을회장이 추천한 바로 그 덤프 기사가 정작 마을 측이 '보존해야 할 사구'라고 강하게 주장하는 구역의 모래 20여 대 분량을 "자신이 필요한 곳에 쓰겠다"며 외부로 무단 반출한 것이다.


건축주는 기사의 요구를 승인했으며, 현재 반출된 사구 모래가 쌓여있는 야적 지점까지 확인한 상태다.


'사구를 지켜야 한다'며 타인의 적법한 공사는 물리력으로 막아선 측의 핵심 관계자가 정작 그 '귀중한 사구 모래'를 개인적 용도로 대량으로 파내어 갔다는 점에서, 마을회의 '자연 보전'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철저한 자기모순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몰랐다"던 해안사구… 돈 요구 얽히며 순수성 잃은 '보존' 명분

이에 대해 마을 측은 당초 해당 부지에 해안사구가 있는지 인지하지 못하다가, 현장에 투입된 장비 기사의 전언을 듣고서야 뒤늦게 훼손 사실을 파악해 '이제라도 남은 사구를 보존하기 위해' 공사를 막아섰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사를 멈춰 세운 시점과 마을 지도부가 개입된 거액의 발전기금 요구, 그리고 사구 모래 반출 시기가 맞물리면서 순수하게 환경을 지키려 했다는 마을회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금전적 요구와 이권이 얽힌 상황에서 뒤늦게 내세운 '사구 보존' 명분은 결국 공사 방해를 정당화하기 위한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180평 규모의 건물을 짓기 위해 적법한 인허가를 마친 건축주는 "도대체 마을 발전기금을 얼마를 더 내야 공사를 할 수 있는 것이냐"며 "3,000만 원까지 마을 발전기금을 내겠다는 의사를 마을회와 제주시 관계자 앞에서도 밝혔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AD

결국 제주도와 제주시가 공식적으로 "해안사구가 아니다"라고 판단한 개발 가능한 부지를 두고 벌어진 이번 집단행동은, 거창한 환경 보존 명분 뒤에 가려진 씁쓸한 금전 요구와 이권 개입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합법적인 사유재산권 침해에 대한 도민 사회의 싸늘한 시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호남취재본부 박창원 기자 capta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