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까지 겹쳐…정부 예산으론 비축유 목표 물량 못 채운다
비축유 구입예산 감소
올해 할당된 석유사업비축 예산은 역대 최대 규모의 비축유 방출로 줄어든 비축유 물량을 다시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올해 석유비축사업 예산 553억원에서 비축유 구입, 비축기지 유지보수 등의 예산을 1년 전보다 다 낮춰 잡았다.
정부가 편성한 올해 비축유 구입 예산은 263억원, 비축기지 유지보수 예산은 290억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230억원, 16억원이 줄었다. 비축유 구입 예산은 원유 약 25만5000배럴을 확보하는 것을 전제로 편성됐다. 지난해 예산안 산출 과정에서 정부는 원유 가격을 배럴당 약 74.66달러 수준으로 가정했다. 국제유가 68.89달러에 운임과 보험료 5.77달러를 더한 금액이다. 환율은 달러당 1380원을 기준으로 적용했다.
유가·환율 상승…목표 물량 40% 감소 불가피
문제는 시황과의 격차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안팎서 움직이고 원·달러 환율 역시 1460원대 수준에서 높은 변동폭을 보이고 있다. 이런 기준이면 확보 가능한 물량은 크게 줄어든다. 국제유가 80달러, 환율 1460원 수준이면 동일한 예산으로 확보 가능한 물량은 약 20만배럴 수준까지 줄어든다. 예산 산출 당시 계획했던 물량보다 약 20% 이상 줄어드는 규모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으로 상승하고 환율이 1500원 안팎까지 오르면 확보 가능한 비축유 물량은 약 15만배럴 수준까지 감소한다. 당초 계획 대비 40% 가까이 감소하는 셈이다.
다만 정부는 국내 석유 비축 규모가 국제 기준과 비교해도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비축유는 위기 상황에서 시장 안정 장치로 활용되는 전략 자산이지만, 방출 이후 재확보 과정에서는 국제유가와 환율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특히 유가 상승 국면에서는 동일한 예산으로 확보 가능한 물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재고 보충 속도가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과거에도 걸프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제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비축유를 방출한 뒤 재고 보충에 나선 경험이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했을 당시 IEA 공동 대응에 참여해 약 723만배럴의 비축유를 시장에 공급했고, 이후 재고 보충 필요성이 커지자 이듬해 비축유 확보 예산을 확대 편성했다.
역대급 비축유 풀어도 유가 올라…비축유 전략 다시 짜야
유가·환율 동시 급등 속 지난해 예산안 산출 과정에서 정부가 가정한 비축유 매입 단가가 올해 크게 뛰면서 비축유 재확보 과정에서 '재정 공백' 우려가 제기된다.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2246만배럴을 시장에 풀 예정인 만큼 이후 비축유를 다시 채우는 과정에서 필요한 재정 부담도 더 커질 수 있다.
업계는 비축유 방출 자체보다 방출 이후의 확보 전략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비축유는 위기 상황에서 시장에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출 이후 얼마나 안정적으로 다시 확보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문제"라며 "유가 상승 국면에서 확보 예산이 충분하지 않으면 재고를 채우는 속도가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비축유 목표 물량을 채우기 위한 재원 마련 대책으로는 예비비 충당,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이 거론된다. 예산 주무부처인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목표 물량을 채우기 위한 별도의 재원 조치가 필요하다는 사업부처의 판단이 있으면, 올해 예산의 예비비 사용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추경을 통한 별도 재원 마련 조치를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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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이란 전쟁의 전황이 가변적인 만큼 향후 국제유가 추이를 지켜보고 확보 물량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추가 확보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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