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 미달
17년째 멈춘 자회사 상장까지
주주보호는 구호뿐 신뢰 실종

[논단]대주주 정부, 기업 거버넌스 솔선수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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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이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았다. 기업은행의 배당금은 정부(옛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가 주관하는 배당협의체에서 결정된다. 지난해 결산 기준 순이익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당 배당금은 전년보다도 낮은 1048원으로 결정되면서 결국 세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됐다.


기업은행은 우리나라 대표 배당주다. 만약 배당금을 약간만 더 높여 1172원 수준으로 지급했다면 많은 주주가 분리과세의 혜택을 받으며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환호할 수 있었을 것이리라 생각한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안 시행 첫해, 시장의 많은 참여자가 '대표 배당주' 기업은행을 지켜보는 상황에서 분리과세 적용을 배제한 이번 결정은 쉽사리 이해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정부와 국회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 셈인데, 이러한 결정이 시장에 미치는 신호는 결코 가볍지 않다. 공기업조차 배당 확대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다른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칠 유인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당연한 결과지만 배당 발표 직후 기업은행 종목 게시판에는 주주들의 불만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사실상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가 대주주 역할을 하는 IBK금융그룹에는 오래전부터 해결되지 않은 또 다른 거버넌스 문제가 존재한다. 기업은행의 자회사인 IBK투자증권의 소액주주 문제가 그렇다. IBK투자증권은 2009년 4월 공모가 6500원으로 약 1000억원의 자본을 조달했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금융위기 여파로 일부 자본잠식 상태였던 회사를 액면가보다 30% 높은 가격에 공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당시 IBK투자증권 경영진은 기업설명회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2011년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며 일반투자자를 모집했고, 그의 말을 믿고 투자한 2000명 이상의 일반 투자자들 덕분에 증자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이후 17년이 지난 지금까지 실제 상장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동안 여러 차례 경영진이 바뀌면서 상장 추진, 지주사 전환 검토, 자사주 매입 검토 등의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제기됐지만 주주들에겐 희망고문일 뿐이었다. 중간중간 이들의 말에 솔깃해져 이 종목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 소액주주들도 수두룩하다.


현재 시장이 이 두 기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는 주가가 잘 보여준다. 지난 9일 종가 기준 기업은행의 주가는 2만2750원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1수준에 불과했다. IBK투자증권은 아직도 17년 전 공모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000원(PBR 0.3) 수준으로 장외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업종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가치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지금 많은 국민들이 정부의 자본시장 신뢰와 밸류업 정책을 믿고 자본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일수록 정부는 자신들이 대주주인 기업들에 대해 더욱 높은 수준의 주주 보호와 거버넌스를 보여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IBK금융그룹에서 보여주는 현실은 그 반대편에 서 있는 듯하다. 회사와 주주 모두가 상생하는 길이 있는데도 이를 계속 외면한다면 정부가 강조해 온 정책 역시 공허한 구호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그 의지를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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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식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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