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등 16개국 상대 무역법 301조 조사 착수…상호관세 복원
연방대법원 관세 무효 판결 이후 예고 수순
'과잉생산' 지적…韓과 무역합의는 "그대로"
플랫폼 규제 언급 없었으나 추가 조사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1일(현지시간)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연방대법원이 상호 관세와 펜타닐 관세 부과를 무효로 판결한 이후 한국을 포함한 16개 경제주체를 상대로 한 관세 복원 작업이 본격 시작된 것으로 분석된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조사 시작을 알리며 "과잉 생산 문제를 전가하는 다른 나라들에 대해 미국은 더이상 자국 산업 기반을 희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 대상국은 한국과 중국, 유럽연합(EU), 싱가포르, 스위스, 노르웨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대만, 방글라데시, 멕시코, 일본, 인도 등이다.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부당한 무역 관행에 대해 미 행정부가 관세 부과 등을 통해 대응할 권한이 있다고 규정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1기 때 이 법을 활용해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른 상호 관세와 펜타닐 관세를 무효로 판결한 직후 이 법을 다시 꺼냈다. 당시 무역법 122조에 따라 전 세계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301조 이행을 위한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리어 대표는 이날 브리핑에서 다른 국가의 과잉 생산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이번 조사는 "특정 경제권의 제조업 부문의 구조적 과잉 생산능력 및 과잉 생산과 연계된 행위, 정책, 관행을 검토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 조사로 과잉 생산능력과 이와 연관된 다양한 불공정 무역 관행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주요 무역 파트너들이 국내 혹은 글로벌 수요의 시장 인센티브와 부합하지 않는 생산 능력을 구축해왔다는 게 우리의 견해"라며 "과잉 생산능력은 과잉 생산, 지속적 무역흑자, 제조업 생산 능력의 저활용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날 나온 연방관보에서도 중국 자동차 기업 비야디(BYD) 사례를 드는 등 과잉 생산 문제를 강하게 지적했다. 한국에 관해서는 "대규모이거나 지속적인 무역 흑자를 통해 구조적인 과잉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과 생산 결과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나타난다"며 전자 장비, 자동차·부품, 기계, 철강, 선박 수출을 중심으로 무역 흑자를 유지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 정부는 석유화학 부문의 생산 능력을 줄일 필요성을 인정해 왔다"고 밝혔다.
USTR은 10% 관세의 시한이 만료되는 오는 7월 말 전에 이번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달 17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의견을 접수한 뒤 5월5일 공개 청문회를 개최한다.
이번 조사는 실제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대응하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성과인 상호 관세를 되살리면서 이미 무역 합의를 체결한 국가들에 합의 준수를 촉구하는 성격이 짙다. 근거가 되는 법 조항은 바뀌었지만, 그리어 대표는 "정책은 그대로"라고 답했다. 그는 "법원 판결이나 기타 상황에 따라 수단은 바뀔 수 있지만, 정책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사 대상국 대다수는 미국과 이미 합의한 국가들이다. 그리어 대표는 한국 등과 이미 체결한 무역 합의에 관해 "합의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그리어 대표는 "무역법 301조 조사는 관세나 기타 조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국가나 시기를 거론하지 않았지만 디지털 서비스세, 의약품 가격 책정 등을 예로 들며 추가적인 301조 조사를 예상한다고 했다. 또 "국가별 추가 조사도 예상하고 있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간 미 정치권에서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한 한국의 플랫폼 규제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조사가 진행되면서 쿠팡 관련 사안 등이 논의될 수도 있다. 앞서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은 한국 정부가 차별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하며 USTR에 무역법 301조 조사를 청원했다가 철회했다.
품목별 관세 부과 수단인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에 대해서 그리어 대표는 "당장 몇 주 안에 새로운 조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지만, 이번 행정부 임기에서 여전히 선택지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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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USTR은 이르면 내일 약 60개국을 상대로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제품 수입 등을 겨냥한 무역법 301조 조사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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