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 수급·해상 물류 동시 불안
중동 의존 구조 속 공급망 리스크 확대

중동 정세 악화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국내 석유화학업계에도 긴장감이 확산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원료 수급 차질 가능성에 대비해 '불가항력(포스마주르)' 발생 가능성을 고객사에 알리는 등 공급망 불확실성에 선제 대응하는 모습이다.

충남 서산시 LG화학 공장. LG화학 제공

충남 서산시 LG화학 공장. LG화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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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일부 고객사에 불가항력 발생 가능성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원료 수급과 해상 물류 차질 가능성이 커진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나프타분해시설(NCC)을 운영하는 여천NCC는 원료 확보 차질을 이유로 불가항력을 선언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의 이번 조치가 실제 불가항력 선언이라기보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공급 차질에 대비한 사전 통지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불가항력 선언은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 기업이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요인으로 계약 이행이 어려워질 경우 공급 의무를 일시적으로 면제받기 위해 취하는 조치다. 최근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원유와 나프타 등 핵심 원료의 해상 운송이 불안정해지고 있어 국내 화학사들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업계 내부에서는 원료 확보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커지는 분위기다. 일부 정유사들이 수출하는 중질 나프타라도 공급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사례까지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국내 화학사들이 경질 나프타를 주요 원료로 사용하는 점을 고려하면 원료 수급 상황이 그만큼 빠듯해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롯데케미칼 역시 고객사에 불가항력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알린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케미칼은 10일 '불가항력 발생 가능성에 대한 통지'라는 제목의 공문을 일부 거래처에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중동 원료 의존도가 높은 구조인 만큼 지정학적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원료 가격 급등과 생산 차질이 동시에 발생해 이미 구조 개편 압박을 받고 있는 업황 회복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리스크가 커지면서 원료 확보와 물류 모두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불가항력 가능성을 사전에 알리는 것은 향후 공급 차질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차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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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관계자는 "석유화학 제품은 계약상 손해배상 문제가 민감해 기업 입장에서는 사전에 불가항력 가능성을 공지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전쟁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이러한 조치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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