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민원없는 정치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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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하철 배차 문제로 민원을 제기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적이 있다. 방과 후 손주를 잠깐 돌봐주기 위해 지하철을 빙빙 돌아오는 친정엄마를 안타까워하던 딸에 관한 얘기다. 평일 9차례 다니는 수인분당선이 좀 더 자주 다닌다면 고생을 덜어줄 것이라며 배차를 늘려 달라는 민원이었다. 그런 민원 하나 넣었다고 얼마나 달라질까 싶었지만 절실함을 알기에 차마 말을 더 보태지 못했다.


민원 대응 문제는 정가에서도 관심사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서 벌어진 논란이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 민원 전화 대응을 지적하며 "왜 민원이 발생하면 자치단체장에게 전화해야 해결이 되나"라고 반문했다.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민원 대응은 성동구청장 시절, 정치인 정원오의 치적이다.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하며 "하루를 시민들이 보내주신 민원을 살피는 것으로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그는 민원 전용 휴대폰을 만들어 구민 목소리를 직접 챙겼다.


박 의원의 문제의식에도 공감 가는 부분이 있다. 구청장이 직접 소통하는 방식으로 민원 해결을 하는 게 옳은지에 관한 물음이다. 능동적인 대응으로 민원 발생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복잡다단한 현실을 고려하면 생각은 달라진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상충하는 목소리 사이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 정치 영역에서 민원이 사라질 수 있을까. 세상은 쉴 틈 없이 바뀐다. 이해관계도 달라진다. 어제의 최선이 오늘의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

정치의 정의는 '사회를 위한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한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속에서 정치는 선택한다. 다만 권위적 배분에 앞서 '무엇이 사회를 위한 것인지'에 관한 설득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이해 당사자는 민원을 자기 생각을 펼칠 수단으로 여긴다. 다급한 마음에 민원을 넣고, 구청장 명함을 찾아 문자도 넣는다. 결정권자 입장에서도 민원은 필요하다. 사회적 수요를 파악해 시스템의 문제를 찾고, 제도 개선을 추진할 명분을 갖출 수도 있다. 세상은 그런 과정을 거쳐 조금씩 발전한다.


효능감을 주는 정치가 주목받는 시대라고 한다. 딸은 친정엄마의 교통 불편을 완화하고자 다소 무모할 수도 있는 민원을 넣었다. 일상에 켜켜이 쌓인 어떤 갈증은 누군가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바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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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그리고 선거는 그런 평범한 이의 희망 사항을 경청하는 과정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친정엄마를 걱정하는 어떤 딸의 바람에도 귀를 기울이는 세상, 그런 시스템을 마련하고자 하는 경쟁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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