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물꼬 트자 "우리도 좀"…금감원 '총액인건비 논의' 수면 위로
"초과근무 20시간해도 수당은 절반"
기업은행이 먼저 협의 물꼬…논의 결과에 금감원도 촉각
금융감독원이 상급 기관인 금융위원회에 정부의 총액인건비 제한으로 발생한 직원 초과근무 수당 미지급 문제 해결을 요청할 계획이다. 금융위가 최근 IBK기업은행의 밀린 초과근무 수당 지급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면서, 금감원 역시 형평성 차원에서 동일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기업은행과 금융위 간 총액인건비 관련 협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은행이 금융위와 총액인건비 문제를 협의 중인데 금감원 역시 구조적으로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며 "직원들의 불만이 커 노조 차원의 공식 요구가 제기될 경우 금융위에 제도 개선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은행 논의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금감원 직원들의 월 평균 초과근무 시간은 약 20시간 수준이다. 다만 부서별 편차가 커 감독·검사 등 업무 강도가 높은 부서의 경우 초과근무 시간이 30시간 안팎에 달한다. 그러나 실제 수당 지급으로 인정되는 초과근무 시간은 약 10시간 수준에 그치고 나머지는 보상휴가로 적립되는 구조다. 사실상 '임금 체불'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 같은 문제의 원인은 공공기관 등에 적용되는 총액인건비 제도다. 기관별로 연간 인건비 총액이 제한돼 있어 금감원이나 기업은행 같은 공공·준공공기관의 경우 초과근무 수당이 일정 한도를 넘으면 일부를 보상휴가로 대체해야 한다. 그러나 업무 강도가 높아 적립된 휴가를 모두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미지급 임금이 누적되는 구조란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의 경우 이 문제는 제도가 적용된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인건비 총액을 조정하려면 금융위와 기획예산처 등 관계 부처의 승인이 필요해 해결되지 못했다. 정부는 상당한 재정이 투입되고 여러 기관이 얽혀 있는 만큼 문제 해결에 난색을 표해 왔다.
최근 분위기가 바뀐 건 기업은행 사례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총액인건비 제도에 따른 임금 체불 문제 해결을 지시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여기에 기업은행 노조가 신임 장민영 행장의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며 총액인건비 문제 해결을 요구하자 금융위도 전향적인 제도 개선 검토에 나섰다.
이에 금감원 내부에서도 총액인건비 문제가 핵심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매번 정부 문턱에 막혀 해결되지 못했던 사안이지만 기업은행 사례를 계기로 개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나온다. 특히 조만간 예정된 금감원 노조위원장 선거에서도 총액인건비 문제 해결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직원들 사이에서 문제 의식이 커지면서 차기 후보들 공약에도 관련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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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가상자산 감독, 금융소비자 보호, 민생 금융 등 업무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정원은 제한돼 있어 직원 1인당 업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서 "일을 하면 할수록 미지급 수당은 늘어나는 구조라 총액인건비 문제 해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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