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요충지 접근권 둘러싼 분쟁

[SCMP칼럼]이란·파나마·베네수엘라·그린란드 위기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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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개월 동안 세계 각지에서 일련의 정치적, 군사적 위기가 발생했다. 이 위기들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겉으로 보기에 이란과 파나마, 베네수엘라, 그린란드에서 벌어져 온 일련의 사건들은 각각 다른 인물들과 명분을 가진 개별적인 사건들처럼 보인다. 특정 이념이나 대중적으로 쓰이는 용어들만으로는 이들을 연결할 수 없다.


그러나 개별적인 위기들을 '지도(Map)'위에 놓고 보면 연결이 된다. 이들의 위치를 하나의 선으로 연결하면 서로 관련없는 일련의 위기들이 아닌 항로·항구·석유 접근권을 둘러싼 경쟁이라는 공통점을 마주하게 된다.

이란은 걸프만 에너지 흐름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옆에 위치해 있다. 파나마는 세계 무역의 주요 동맥 중 하나를 가로지르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중남미 중질유 판매의 중심지다. 그린란드는 새롭게 열리고 있는 북극항로의 중심이자 군사적인 요충지로 떠오르고 있는 중요한 지점이다.


당장 눈앞에 닥친 결과부터 살펴보자. 중국은 자신에게 중요한 두 석유 시장인 베네수엘라와 이란에서 협상력을 잃어가고 있다 . 아시아 전역에서 운송 위험이 증가했고, 보험료도 올랐다. 러시아는 중국에 원유를 더 많이 팔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이러한 결과는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비용이다.

이러한 영향은 중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무역과 에너지 충격이 동시에 닥친 아시아 전역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이 지역은 여전히 제조업의 주요 거점이자 걸프만 원유의 주요 목적지다. 운송 경로가 제한되면 아시아는 화물 운송비와 연료비, 2배의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중국은 단순히 방관자로 행동하지 않고 있다. 원유 재고를 확보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는데 이는 국가가 공급망 차질을 예상할 때 취하는 일반적인 조치다. 전략적인 관점에서 공급망 요충지들의 위험을 제대로 파악했다는 증거다.


이런 이유로, 이란 문제는 단순히 핵 문제로만 볼 수 없다. 핵 문제도 중요하지만, 이란을 둘러싼 주변 해역도 같이 살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위협은 유조선, 보험, 운임, 배송시간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는 이란에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걸프 지역 공급에 의존하는 모든 수입국, 특히 아시아 국가들에 타격을 준다. 많은 아시아 경제권에 있어 이는 먼 미래의 안보 문제가 아니다. 지금 당장 가격이 책정되는 눈앞의 에너지 안보 문제다.


파나마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운하는 콘크리트, 갑문, 통행료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운하는 공급망 문제에서 일종의 지렛대 역할을 한다. 운하와 연계된 항구들도 마찬가지다. 운하에 대한 통제는 반드시 형식적인 소유권만 의미하진 않는다. 운하 사용에 대한 접근권, 영향력, 그리고 누가 원활한 통행을 보장받고 누가 그렇지 못한지를 결정할 수 있는 힘도 포함한다. 운하 사용 접근이 차단되면 무역상품이 지연되고 항로가 변경될 수 있으며, 이는 곧바로 배송 신뢰도 저하로 이어진다.


홍해 문제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 주변의 혼란은 지엽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수에즈 운하를 우회하는 화물 운송을 막고, 유럽~아시아 항로를 길게 만들며, 지역 분쟁을 세계 무역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게 한다. 항로가 길어지면 연료 소비, 보험료, 도착지 비용 모두 증가한다. 이는 특히 아시아 수출업체에 중요한 문제다. 다른 지역의 분쟁이 수천㎞ 떨어진 공장의 수익 마진을 잠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린란드는 이러한 무역문제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도에 놓고 보면 북극항로의 중요 거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북극에서 우위를 점하는 쪽은 얼음과 바위 이상의 것을 얻게 된다. 기존보다 더 짧은 항로를 확보하고, 해상 이동이 용이하게 되고, 원자재를 확보할 수 있다. 북극항로 사용은 아직 제한적이지만 점차 증가하고 있고 그린란드는 이전보다 훨씬 더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서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베네수엘라, 이란 사태는 결국 중국이 할인된 가격으로 원유를 공급받을 수 있던 곳들을 잃거나 또 잃을 위험에 처한 상태를 의미한다. 중국은 베네수엘라를 잃었고, 이제 이란이라는 또 다른 공급처를 둘러싼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이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단기적인 상업적, 전략적 비용이다. 할인된 원유 공급량이 줄어들면 정유업체들은 더욱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고, 대체 공급원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결국 파나마 위기가 운하 접근권에 영향을 미치고, 베네수엘라 위기는 중질유 공급에 타격을 주고, 이란 위기는 호르무즈 해협, 그린란드 위기는 북극항로와 연관돼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은 단순한 우연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들을 하나의 지도 위의 점으로 살펴보면 근본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이제 국가 간 경쟁, 국가의 힘은 단순히 누가 얼마나 많은 영토를 소유할 수 있는지 여부를 뛰어넘어 얼마나 많은 전 세계의 관문들을 얼마나 오랫동안 봉쇄할 수 있는지로 측정된다는 것이다. 파나마 갑문, 호르무즈 해협, 북극항로의 접근권, 베네수엘라 중질유의 병목 지점들을 놓고 싸우는 것이다.


올해 강대국의 경쟁은 더이상 힘으로 상대를 설득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게 아니다. 전 세계 주요 관문의 통행권 장악을 위한 싸움이다. 초강대국들은 이 관문의 열쇠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


줄리앙 샤이스 홍콩시립대 법학대학원 국제경제법 교수


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What crises in Iran, Panama, Venezuela and Greenland have in common을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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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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