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따갑고 숨 막혀" 테헤란 시민들 공포에 떨게한 '검은 비'의 정체
연료 저장시설 화재로 '검은 비'
두통·호흡곤란 등 이상 증세 잇따라
미세먼지·중금속 노출 우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 연료 저장시설이 불타면서 내린 '검은 비'로 인해 주민들이 두통·어지럼증·기침 등 건강 이상을 호소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8일 새벽 테헤란 상공에 검은 연기 기둥이 솟아오른 뒤 주민들은 하늘에서 검은색 빗물이 떨어지는 현상을 목격했다.
앞서 이란 IRNA통신 등은 지난 7일 밤부터 8일 새벽까지 테헤란 북서부 주요 연료 보급 기지인 샤흐런 석유저장소와 남부 정유단지 레이 지역의 연료 저장고, 서쪽 외곽 카라지 등의 연료 저장시설이 집중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주민들 "검은 비 내린 후 '기름막' 생겨"
일부 주민들은 검은 비로 인해 자동차와 지붕 위에 페인트처럼 끈적한 기름막이 덮인 것 같다고 전했다. 두통과 어지럼증, 기침 등 이상증세를 호소하는 이들도 잇따르고 있다.
환경보건 전문가들은 이란 연료 저장시설이 공격받으면서 발생한 대기 오염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조너선 레비 미국 보스턴대 공중보건대학 환경보건학과장은 "1991년 걸프전 당시 쿠웨이트 유전이 불타면서 나타났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연료 저장시설과 수 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의 주민들도 이상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한 주민은 NYT에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하늘이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며 "밖에 나갔다 돌아오니 얼굴이 가렵고 검은 점들이 묻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차 안에 15분 정도 머문 뒤 눈이 따갑고 호흡기가 막힌 듯한 증상을 겪었다고 전했다. 그는 "마치 공기 중에 최루가스가 퍼진 것 같다"며 "전쟁이 우리의 목구멍까지 들어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초미세먼지·발암물질 대기 확산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의 마샤 윌스-카프 연구원에 따르면 석유가 불타면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는 산소를 빠르게 밀어내기 때문에 화재 현장 인근 사람들에게 질식 초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박수가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지며 두통과 어지럼증, 숨이 부족한 느낌이 나타날 수 있다.
하늘에서 떨어진 검은 잔해는 초미세먼지인 PM2.5 입자로 구성돼 있으며 블랙카본이 포함돼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발암 물질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아황산가스, 질소산화물 같은 가스, 납·비소·수은 등 중금속도 방출된다. 이들 물질은 대부분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유해 화학물질이다.
비가 그친 뒤에도 위험은 지속된다. 레비 학과장은 "많은 위험 화학물질이 공기 중에 떠다니며 심장과 폐 질환, 암, 신경 발달 장애나 알츠하이머병 같은 인지 질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은 비를 맞으면 피부와 눈 자극, 기침 등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윌스-카프 연구원은 "독성 물질이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자연스러운 방어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공기 중 화합물은 코 위쪽의 후각 신경을 통해 뇌로 들어갈 수도 있다.
어린이와 노인, 심장이나 폐 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특히 위험할 수 있다. 임산부와 태아 역시 화학물질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물질이 태반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쟁 상황까지 겹치면서 스트레스와 외상으로 면역력이 약해지고 의료 접근성도 떨어질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염이 인접 국가로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파키스탄 기상당국은 바람을 타고 이란의 오염 물질이 국경을 넘어 이동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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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오염 지역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경우 창문을 모두 닫은 채 실내에 머물고, 가능하면 마스크를 착용하며 공기 정화 장치를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레비 학과장은 "전쟁 한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권고를 지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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