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중동대전? 통제 불가능한 혼란 가능성 높아”-엘카노 왕립연구소
AD
원본보기 아이콘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맞서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쿠웨이트 등 걸프국가들의 민간시설까지 공격하면서 이번 전쟁이 중동에서의 ‘대전쟁(Great War)’ 가능성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경과 도시를 넘어 여러 분쟁과 대리세력 등이 얽혀 있어 ‘1차 중동대전’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동이 통제 불가능한 혼란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이라크 현대사 전문가인 이브라힘 알마라시 (Ibrahim al-Marashi)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와 중동 전문 저널리스트인 타냐 구드수지언(Tanya Goudsouzian)은 지난 9일(현지시간) 스페인의 국제관계 및 전략 연구 싱크탱크인 엘카노 왕립 연구소(Elcano Royal Institute)에 올린 ‘중동은 1차 대전에 들어간다: 새로운 질서가 등장할 수 있다(The Middle East enters its first Great War: a new order could emerge)’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두 사람은 제목에서 새로운 질서를 언급하긴 했지만, “결국 중동은 통제 불가능한 혼란 속으로 빠져들거나, 지금까지 번번이 실패했던 지속 가능한 평화를 마침내 달성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전자(혼란)가 더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밝혔다.

다음은 글 중에서 과거 아랍-이스라엘 전쟁, 이란-이라크 전쟁, 1991년 걸프전, 2003년 이라크 전쟁 등 히스토리 등을 빼고 전망 부분만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대규모 공격을 감행했고, 이에 대해 이스라엘과 미국은 신속한 군사 대응을 했다. 이 공격의 배후로 이란이 널리 지목됐지만, 직접적인 명령이 있었다는 확정적 증거는 없다.


이것이 바로 21세기 대리전의 특징이다. 국가들은 정규군 대신 중간 세력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런 구조는 여러 국가가 한 분쟁 안의 다양한 세력을 지원했던 레바논 내전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오늘날의 분쟁은 훨씬 넓은 지리적 범위에 걸쳐 있고 파괴 규모도 전례 없이 크다. 리비아에서 예멘까지, 시리아에서 이라크까지, 가자에서 이스라엘까지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은 엄청났다.


이처럼 서로 얽힌 위기들은 중동에서의 ‘대전쟁’ 가능성을 떠올리게 한다. 이는 유럽의 세계대전처럼 서로 다른 분쟁이 하나의 거대한 전쟁 체계로 결합되는 상황이다. 중동에서 지금의 이해관계는 어느 때보다 크게 얽혀 있다. 걸프 국가들이 완전히 전쟁에 참여했고 도시 자체가 전쟁터가 되면서 민간인들이 직접적인 위험에 놓였다.


참여하는 행위자들도 매우 다양하다. 민병대, 국왕, 군 지휘관, 대통령 등 여러 세력이 등장하며, 이들 중 상당수는 지역 권력 균형이 어떻게 변할지 지켜보며 조심스럽게 침묵하고 있다.


또한 이번 전쟁은 전통적 전쟁과 대리전뿐 아니라 ‘5세대 전쟁’의 요소도 점점 강하게 띠고 있다. 전선이 흐려지고 전쟁이 사이버 공간, 미디어, 소셜 네트워크까지 확장되고 있다.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콘텐츠, AI(인공지능) 도구는 허위정보와 선전의 확산 속도를 크게 높이고 있다. 이는 인식을 왜곡하고 종파 갈등을 부추기며 공격과 사상자에 대한 진실을 흐린다. 딥페이크, AI 생성 이미지, 조작된 서사는 전통적 전장을 넘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만들며 민간인과 지역 지도자, 외부 강대국의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제 디지털·정보 전장은 물리적 전장만큼이나 중요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아랍연맹과 걸프협력회의(GCC) 같은 기존 지역 기구들은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 이 기구들이 분쟁을 중재할 능력과 존재 의미 자체가 시험대에 올라 있다. 그리고 지역 정치 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점점 불확실해지고 있다.


오늘날 중동은 어쩌면 첫 번째 ‘중동 대전쟁’을 목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국경과 도시를 넘어 여러 분쟁과 대리 세력, 경쟁이 얽히는 전쟁이다. 유럽의 세계대전처럼 이 혼란은 세대에 걸친 분열을 고착시킬 수도 있고, 혹은 새로운 공존 질서의 기반을 만들 수도 있다.


전쟁의 끝은 국경과 정치 권력, 분쟁 관리 체계를 새롭게 규정하는 ‘중동판 베르사유조약(1차 세계대전 후의 파리평화회의)’ 또는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지역 기구 헌장’과 같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결국 중동은 통제 불가능한 혼란 속으로 빠져들거나, 지금까지 번번이 실패했던 지속 가능한 평화를 마침내 달성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전자(혼란)가 더 가능성이 커 보인다.


파리평화회의 당시에는 국제연맹 창설을 통해 지속 가능한 질서를 만들려 했던 미국 대통령 우드로 윌슨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국제 정치에는 그런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거래적 성향과 예측 불가능성을 가진 현재 미국 대통령은 이 상황에서 ‘결정적 변수(trump card)’가 될 수 있다.

AD

일부 분석가들은 지역의 혼란과 무질서가 오히려 특정 전략적 목표와 맞아떨어질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분열된 환경은 일부 행위자에게 힘을 주고 기존 질서의 제약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중동은 무질서가 단순한 부산물이 아니라 일부에게는 의도된 지역 질서가 되는 시나리오로 서서히 흘러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재형 경제정책 스페셜리스트 jj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