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경의 창]요즘, 천원 어디에 쓰세요?
AD
원본보기 아이콘


"여기 1000원짜리 지폐 한 장과 150매짜리 물티슈 한 개가 있다.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또는 12개 묶음 수세미, 면봉 400개짜리 한 통이라면 무엇을 고를 것인가?"


요즘 유통업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균일가 생활용품점 아성다이소 창업자 박정부 회장의 자신감 가득 찬 말이다. 박 회장은 자서전 '천원을 경영하라'에서 거리로 나가 행인이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다이소 상품을 고르면 그 기획은 합격이라고 한다. 만약 행인이 지폐 1000원을 선택하면 그 상품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떨어진다고 보고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상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4월 실적 발표를 앞둔 아성다이소가 지난해 매출액 4조원대 중반과 영업이익률 10%대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률 두 자릿수 진입은 이마트 1.54%(2025년), 쿠팡 1.46%(2024년) 등 주요 유통 대기업의 실적과 비교된다. 다이소의 수익구조가 고도화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이젠 저가 제품을 많이 파는 '박리다매' 기업에서 '박리'를 지워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다이소는 온택트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전국 1600여개 매장에 하루 평균 100만명의 소비자가 찾아온다. 매일 수백만 개의 상품이 팔리고 매달 600여종의 신상품이 쏟아진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저격한 화장품, 패션 등 라이프스타일숍으로 영역을 넓히며 '다세권'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유통 패러다임이 온라인으로 바뀌고 있지만 이를 거스르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이소는 어떻게 균일가를 유지하며 초가성비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까? 전문가들은 다이소의 경쟁력으로 원가구조 설계 능력을 꼽는다. 대부분의 기업은 원가에 적정 이윤을 붙여 판매가격을 결정하지만 다이소는 반대다. 1000원, 2000원이라는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가격을 결정한 후 최선의 상품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박 회장은 자서전에서 상품을 싸게 파는 것이 아닌 '싸게 만드는 과정'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컵에 손잡이가 필요 없다면 과감히 빼고, 양면에 무늬가 있다면 한쪽만 남긴다"는 지론이 대표적이다. 제품에 불필요한 요소를 과감히 제거하고 구조를 단순화함으로써 근본적인 원가를 낮추는 '공정 최적화' 방식이 다이소의 가격 정책의 핵심이다. 이른바 '코끼리를 냉장고 집어넣는 것'과 같은 역발상이다.


이는 창업 초기 박 회장의 '천원 경영' 신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는 "1000원짜리를 판다는 건 1000억원짜리 신뢰를 쌓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1997년 '아스코이븐프라자'라는 이름으로 국내 첫 '1000원숍'을 열었다. 당시 택시 기본요금이 1000원, 시내 버스비가 400원이었다. 지금은 택시 기본요금은 4800원이며 1000원으로는 버스도 못 탄다. 그런데 다이소는 30여년간 전체의 절반이 넘는 1만5000여개 상품의 가격을 1000원으로 유지하고 있다. '천원의 가치'를 지키는 확고한 정신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경제적 부담 없는 쇼핑 경험을 제공하며 기본적인 신뢰를 쌓아 온 것이다.

AD

다이소의 초창기 마진은 겨우 1~2%였다. 1000원짜리 상품 하나를 팔면 10원이 남는 정도였다. 이제 그 10원이 모여 100원, 1000원이 되어 매출 5조원에 육박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1000원 한 장 한 장이 쌓여 이뤄낸 결과다. 작은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큰 것도 소중하게 여긴다. 원자 같은 작은 습관, 성실함이 인생을 바꾼다고 했다. 세상에 꾸준함을 이기는 것은 없다.


조영철 팀장 yccho2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