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등 직격탄을 맞으며 치솟았던 국고채 금리가 10일 오전 대체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이 국고채 단순매입에 나서기로 하는 등 당국 개입 움직임이 확인된데다, 간밤 국제유가도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진 여파다.


3년물 장중 연 3.303%…2년물 제외하고 하락세

이날 오전 서울 채권시장에서 시장금리 지표 역할을 하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11.7bp(1bp=0.01%포인트) 내린 연 3.303%를 기록했다. 전날 3.42%까지 뛰며 2024년6월 이후 최고치를 찍은 데서 상당 부분 상승폭을 되돌린 것이다. 같은 시간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9.3bp 떨어진 3.646%를 나타냈다. 2년물을 제외한 1년물, 5년물, 20년물, 30년물 등 장단기 금리가 모두 하락세다. 채권 금리 하락은 채권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한은 기준금리(2.5%)와 3년물 금리 간 스프레드 역시 80bp선까지 축소됐다. 레고사태 이후 최대치로 벌어졌던 전날보다는 좁혀졌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한 수준이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2월 말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대비 국고채 3년물 금리 스프레드가 과도한 수준이라며 '60bp'를 언급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날 개장에 앞서 채권시장이 한은의 국고채 단순매입으로 다소 안정을 찾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전날 국제유가가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치솟자, 재정당국이 장중 구두개입에 나선 데 이어 한은도 장 마감 직후 3조원 규모의 단순매입 시행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매입종목은 모든 지표물과 선물 바스켓물로 구성돼 시장안정에 방점을 둔 정책 결정"이라며 "1회차 기준 최대 단순매입 규모(역대 최고 3조원)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금리는 단기적으로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 역시 "한은의 단순매입은 현재와 향후 기준금리 경로를 고려할 때 국고 금리 수준은 과도하게 상승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금리가 계속 상승할 경우 한은 개입뿐 아니라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화 프로그램을 사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이 추가 매입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한 국고채 잔액 대비 한은 보유 비중은 2.0%로 파악된다. 안 연구원은 "급격한 긴축도, 완화도 없는 환경이라면 한은의 단순매입으로 인한 잔고는 국고채 잔액 대비 2.5~2.6%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면서 "7조원가량 매수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번 3조원 외에 추가적으로 약 4조원 매입 가능성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간밤 국제유가가 주요국의 공조 움직임 속에 오름폭을 축소하며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배럴당 94.77달러에 마감한 것 역시 이날 국고채 금리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CBS방송 인터뷰에서 "전쟁은 거의 완료됐다"고 이란 사태가 조만간 끝날 수 있다고 언급한 것 역시 시장에 안도감을 줬다. 미 국채 금리 역시 하락세를 보였다.


향후 관건은 에너지 변수…"채권시장 변동성 불가피"

다만 전날 패닉장에서 확인됐듯, 에너지 변수는 여전히 채권시장의 최대 관건으로 꼽힌다. 안 연구원은 "향후 (채권시장) 흐름은 여전히 국제유가의 방향성에 크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임 연구원은 "국제유가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빠르게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면서도 "전쟁이 잦아들 때까지 국제유가의 변동성은 나타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채권 시장의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KB증권 분석에 따르면 WTI가 100달러대를 지속할 경우 휘발유, 경유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3~12월 평균 1.33%포인트로 추산된다. 여기에 정부가 최대 37%까지 유류세를 인하할 경우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0.93%포인트로 축소되지만, 여전히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임 연구원은 이번 국제유가 상승을 일시적 요인으로 보면서도 "올해 하반기 기저효과로 한국 물가가 반등하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지속해서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경우 한은은 스왑시장에 반영된 것과 같이 연내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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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또한 "이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유가 수준이 배럴당 90달러에서 고착화되는 경로를 배제하기 어렵다"며 "이때 인플레도 3%대로 급등하며 2%를 크게 상회하게 된다. 재차 3%대로 반등해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채권시장의 금리 인상 경계심이 강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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