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꺼낸 석유 최고가격제…공급가 2주 단위 관리·손실보전 병행 유력
도매단 가격 관리로 유가 상승 억제
손실보전·유류세 조정 카드 거론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며 전국 주유소 기름값이 상승하고 있는 9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 기름값이 더 오르기 전에 주유하려는 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2026.3.9 강진형 기자
정부가 이번 주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1997년 석유 가격 자유화 이후 약 30년 만에 정부가 석유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다.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비상 대응 조치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제도가 실제로 시장에서 어떻게 작동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시행을 앞둔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의 핵심은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도매가격에 상한선을 두는 것이다. 정부가 유종별 기준 가격을 설정하고 이를 초과해 공급가를 인상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주유소 판매가격을 직접 통제하기보다는 가격 형성의 출발점인 정유사 공급가격을 관리해 전체 시장 가격 상승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취지다.
주유소 판매가격은 지역별 경쟁 상황과 유통 구조, 재고 상황 등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일괄 통제가 쉽지 않다. 반면 정유사 공급가격은 비교적 관리가 가능해 도매 단계에서 상한선을 설정하면 시장 전반의 가격 상승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정부는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주요 석유제품을 대상으로 유종별 최고 공급가격을 고시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가격 산정에는 국제유가와 정제 비용, 유통비 등 여러 요소가 반영될 전망이다.
특히 북해산 브렌트유, 두바이유 등 원유 도입 가격과 환율 등을 반영해 일정한 계산식을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가격 상한선을 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상한 가격은 약 2주 단위로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 유가 변동을 일정 수준 반영하되 급격한 가격 상승은 억제하는 방식이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더라도 국내 가격이 단기간에 크게 오르는 것을 막고, 반대로 유가가 안정될 경우에는 상한 가격도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제유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기준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약 92달러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8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앞서 국제유가는 중동 지역 군사 충돌 우려로 한때 100달러 안팎까지 급등했으나 이후 차익 실현 매물 등이 나오며 90달러대에서 등락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해외에서도 이러한 유가 급등기마다 가격 안정 장치가 활용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이다. 중국은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국제 유가 변동을 반영해 일정 주기마다 휘발유와 경유의 최고 소매가격을 조정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일정 수준 이상 급등하면 국내 가격 인상 폭을 제한하고, 반대로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추가 인하를 제한하는 상·하한 방식이다. 국제 유가를 반영하되 급등락 구간에서는 정부가 완충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급격한 가격 변동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가격 통제 정책이 긍정적인 효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가격을 인위적으로 억제할 경우 시장 기능이 왜곡될 수 있고, 정유사나 유통업체의 수익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장기간 유지될 경우 공급 축소나 투자 위축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정유사의 수익성 악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제 유가와 원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공급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 올리지 못하면 정유사 입장에서는 마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는 손실보전 장치도 함께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내에서는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정유사의 손실 일부를 보전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공급가격과 실제 원가 사이의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경우 일정 부분 재정으로 보전해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가격 통제 시 우려되는 '공급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매점매석 고시'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유사가 생산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반드시 국내 시장에 판매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0월 유류세 인하 조치 일부 환원을 발표하면서 석유정제업자 등에 한 달간 유류 반출량을 제한하는 조처를 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판매를 기피하거나 특정 업체에 과다 반출하는 행위도 금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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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조정 카드도 거론된다. 유류세 인하는 소비자 가격을 낮추는 효과와 함께 가격 상한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정유사 손실을 간접적으로 보전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고가격제와 병행 가능한 정책 수단으로 평가된다. 손실보전 방식과 적용 기준, 재정 규모 등에 대한 세부 설계가 제도의 실효성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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