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저가 배터리를 CATL 배터리로 속여 매출 3000억…112억 과징금
화재 위험 리콜된 중국 ‘파라시스’ 탑재
공정위, 법정 최고 부과율 4% 적용
메르세데스-벤츠가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하고도 세계 1위 CATL 제품인 것처럼 속여 3000억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린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민 안전을 기만한 이번 사건의 엄중함을 고려해 독일 본사와 한국 법인을 모두 검찰에 고발하고, 법정 최대 부과기준율인 4%를 적용한 112억 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 및 공표명령 등 가용한 모든 제재를 총동원했다.
공정위는 벤츠가 EQE 및 EQS 전기차 모델에 파라시스 배터리 셀이 탑재됐음에도 이를 누락·은폐한 채 소비자를 기만한 행위에 대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벤츠는 2023년 6월부터 딜러사들에게 배포한 차량 판매지침(EQ Sales Playbook)에서 파라시스 배터리 탑재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겼다. 해당 지침에는 파라시스에 대한 언급 없이 '벤츠가 CATL을 선택한 이유', '업계 최고의 기술력' 등 CATL 배터리의 우수성만 기재됐다. 벤츠는 배터리 제조사를 묻는 고객에게 CATL의 기술력을 강조해 영업하도록 딜러사들을 교육하고 지시하기까지 했다.
실제 EQE 6개 모델 중 4개, EQS 7개 모델 중 1개에는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됐다. 벤츠코리아는 이미 2021년 5월 본사로부터 관련 정보를 전달받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은폐한 채 차량 약 3000대를 판매해 총 281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독일 본사는 이 판매지침을 사전에 보고받고 승인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우수 사례로 선정해 전파하는 등 이번 기만행위에 직접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 고발 대상에 포함됐다.
배터리 셀은 전기차의 성능과 안전성에 직결되는 핵심 부품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의사 결정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전기차 배터리 구성의 가장 기본 단위인 셀은 높은 용량과 수명뿐만 아니라 주행 중 충격과 온도 변화를 견디는 높은 안정성이 요구된다. 특히 이번 사건의 파라시스 제품은 파우치형으로, CATL의 각형 배터리 대비 외부 충격에 취약하고 열관리에 어려운 단점이 있어 제조사 정보의 투명한 공개가 더욱 필수적이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이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정보를 은폐했다는 점에서 부당한 고객유인 행위 중 가장 무거운 잣대인 관련 매출액의 4%를 과징금 부과기준율로 적용했다. 이는 과거 쿠팡 사건(2%) 등 주요 제재 사례를 뛰어넘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또한 벤츠가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는 사실을 언론에 직접 공표하도록 하는 '공표명령'도 내렸다. 이는 기업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히는 조치로, 벤츠의 기만적 영업 행태에 대한 사회적 지탄을 공식화하겠다는 의지다.
이번 조치는 자동차 제조사가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은폐해 소비자를 기만한 행위를 제재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소비자와의 접점에서 영업을 하는 딜러사를 사실상 수단과 도구로 삼아 소비자를 기만하더라도 제조·판매업자가 부당한 고객유인 행위의 주체임을 명확히 확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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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또한 이번 제재 결과가 향후 피해 차주들이 제기할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권익 구제에 결정적인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원철 공정위 상임위원은 "앞으로도 소비자를 기만해 공정한 거래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를 엄중히 제재하겠다"며 "핵심 정보가 정확히 제공되어 소비자들의 합리적 선택이 보장되도록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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