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의중에 달린 관세정책
일정 부분 합리화 측면도
전략적 활용 방안 모색해야

[산업의 맥]법원 제동에도…'마이웨이' 트럼프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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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법원이 상호관세를 법적 무효로 판단했음에도 트럼프 정부는 관세를 활용한 통상 압박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150일간 관세 부과가 가능한 통상법 제122조를 이미 발동했고, 제301조와 제232조 등 다른 조항으로 이를 보완한다는 구상이다. 그래도 활용할 수단에 제약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강경한 의지 표명에도 남은 임기 동안 고강도의 관세정책 기조가 이어질지, 아니면 보다 유연한 입장으로 전환할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미국의 실효 관세율은 9.8%, 관세수입은 2870억달러로 추정된다. 이 중 1894억달러가 신규 관세에 따른 추가 수입이라는 분석도 있다. 상당한 규모지만 전체 연방 세입의 약 5% 수준에 불과해, 전 세계를 상대로 벌인 통상전쟁의 성과라고 평가하기에는 제한적이다. 그 가운데 상품무역 수지 적자는 1조2409억달러로 역대 최대치가 됐다.

관세로 인한 경제 충격은 크지 않았지만, 역설적인 면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컴퓨터·반도체 등 핵심 품목과 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적용 품목에 대해 광범위한 면제를 부여했는데, 그 덕에 관세의 부정적 파급이 상당히 완화됐다. 때마침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붐이 일어 지난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의 절반 이상을 떠받쳤다는 평가를 감안하면, 투자 호황이 없었다면 관세 충격은 훨씬 컸을 수 있다. 한편 뉴욕 연방은행과 의회 예산처는 관세 인상분의 90% 이상을 미국 수입업자와 소비자가 부담했다고 분석하는데, 이는 "관세는 외국이 낸다"는 주장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


이들 때문에 관세정책의 미래는 트럼프의 고집에 달려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다음의 구조적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

우선 미국의 목표가 단순한 무역수지 개선보다 경제안보와 공급망 재편에 있다면 그간의 행보가 일정 부분 합리화된다는 점이다. 미국의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때 21%였으나 지난해 9%까지 낮아졌다. 양국 간의 전면적 무역전쟁은 피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디커플링에 상당한 성과를 거둔 셈이다.


또한 미국은 적자 해소를 내세워 동맹과 협상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투자 유치에 무게를 더 두는 모습을 보였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외국인 투자 유치는 경상수지 적자와 연결되는 측면이 있고 양국 간 경제적 연결을 심화시킨다. 동맹을 몰아붙이는 외양과는 조금 다른 내면이다. 최근 미국이 우방 55개국과 '포지(Forge)' 희토류 동맹을 결성한 일이나 중국의 원유 주공급원인 베네수엘라와 이란에 대한 공세에 나선 것도 경제 블록화의 흐름과 일관된다.


관세를 조세정책의 일부로 본다면 내국인의 부담 비중이 크더라도 정책변화가 크지 않을 수 있다. 막대한 재정적자에도 증세는 정치적으로 어렵지만, 관세는 비교적 수용 가능성이 높고 산업 보호라는 명분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1기 때 도입한 감세 및 일자리법(TCJA)의 임시 감세를 지난해 영구화했는데, 그 규모가 관세 실효세율 15% 적용 시 예상 세수와 비슷하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미국이 지향하는 새로운 통상 질서의 방향은 단기간에 되돌려지기 어려워 보인다. 우리 역시 방어적 대응을 넘어 변화하는 질서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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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남훈 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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