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자 이동 동선 치밀하게 분석
사망 당시 행동 극히 이례적 논증
중처법 적용의 합리적 경계 설정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은 결과 책임주의가 아닙니다. 경영책임자가 법령에 따른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실질적으로 구축·이행했다면, 예견할 수 없는 이례적인 사고에 대해서까지 무한 책임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법무법인 율촌 소속 정인태(왼쪽부터), 정유철, 송민경, 김현근 변호사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법무법인 율촌 소속 정인태(왼쪽부터), 정유철, 송민경, 김현근 변호사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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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율촌의 정유철 변호사(중대재해센터장)는 최근 건설사 아스콘 포장 공사 현장 중대재해 사건에서 하청 건설사 측을 변호해 무죄 판결을 이끌어낸 데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율촌은 이번 판결로 '중대재해센터 건설형사팀 3연속 중처법 무죄'라는 성과를 달성하며, 중처법 적용의 합리적 경계를 설정하고 실질적인 안전보건 시스템의 중요성을 법원으로부터 명확히 인정받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선 파고들어 입증…"법령에 없는 의무 처벌 안 돼"

장비업체 소속 포장공(재해자)이 자신의 작업을 마치고 철수한 상태에서, 타이어롤러만이 운행 중이던 작업 구간에 돌연 다시 진입했다가 협착되어 사망했다. 검찰은 사측이 후방카메라 설치 및 유도자 전담 배치에 관한 작업계획서 작성·관리, 출입 금지 등의 안전조치를 다하지 않았다며 기소했다.

율촌은 현장 상황의 '특수성'과 동선을 치밀하게 분석해 맞섰다. 이미 작업을 마치고 철수한 근로자가 가동 중인 롤러 쪽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상황임을 논증했다. 재판부는 율촌의 주장을 받아들여 "설령 산업안전보건법령이나 중처법 기준에 일부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그 의무 불이행이 이 사건 사고 발생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인태 변호사는 "재해자의 이례적인 진입까지 경영책임자가 모두 예견하고 방지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면밀한 증거 기록 검토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명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장비 전담 유도자 미배치 등을 안전조치 의무 위반으로 꼽았지만, 율촌은 '죄형법정주의'를 내세워 형벌 법규는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율촌은 해당 타이어롤러 작업 구간이 법령상 반드시 근로자 출입이 금지되는 '차량계 건설기계에 접촉되어 부딪힐 위험이 있는 장소'로 단정할 수 없으며, '유도자'가 반드시 특정 장비 유도만을 '전담'해야 한다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짚었다.

재판부는 이를 수용함으로써 법령에 명시되지 않은 의무까지 무리하게 적용해 처벌할 수는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김현근 변호사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법령에 명시되지 않은 안전 조치 의무까지 사후적으로 확대 적용해 형사처벌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형식적 서류'보다 '실질적 시스템' 작동이 관건

이번 판결의 가장 큰 의의는 안전보건관리체계의 '실질적 이행'을 인정받았다는 데 있다. 재판부는 "제도의 일부가 다소 미흡하거나 서류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만으로 섣불리 의무 위반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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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경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종종 서류상의 미비점만을 꼬집어 기소하지만, 재판부는 시스템의 '합리적 작동' 여부를 실질적으로 살핀다"며 "기업들은 형식적 서류 작업보다 합리적으로 예견 가능한 유해·위험 요인에 관리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승소의설계]율촌, 중대재해처벌법 ‘3연속 무죄’…“이례적 사고 무한 책임 안 돼” 원본보기 아이콘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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