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부터 금지된 성공보수
최근 판례 뒤집고 효력 인정돼
서울변회, 판례 변경 청원서 준비
"결과 따른 성공보수 지급 막아
초기 착수금 자체 상향 평준화
목돈 없는 국민 선임 문턱 높여"

10년 넘게 금지돼 온 '형사사건 성공보수'를 되살리기 위해 국내 최대 지역 변호사단체인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단체 청원에 나섰다. 최근 하급심에서 대법원 판례를 뒤집고 성공보수의 효력을 인정한 사건에 대해 판례 변경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하기로 한 것이다. 성공보수 전면 금지가 오히려 초기 착수금 상승을 부추겨 법률 소비자의 부담을 키웠다는 것이 변호사 업계의 주장이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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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변회는 지난달 25일부터 소속 변호사를 대상으로 '형사 성공보수 무효 판례 변경을 위한 청원서' 서명 수집에 착수했다. 전날까지 약 3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변회는 3월 말까지 방문 방식으로 1차 서명 작업을 진행한 뒤 필요할 경우 4월까지 접수 기간을 넓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청원서는 형사 성공보수 약정을 인정한 해당 사건의 상고심 재판부에 제출될 예정이다.


형사 성공보수는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며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판단한 뒤 사실상 금지돼 왔다. 하지만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3부(부장판사 최성수)는 "모든 형사사건 성공보수를 일률적으로 무효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며 약정금 소송에서 제한적 유효성을 인정한 바 있다. 대법원 판례의 일률적 금지 논리를 흔드는 판단이 나오면서 논쟁이 재점화됐다.

[단독]변호사 단체, '형사 성공보수 부활' 대법 청원 돌입…"착수금 상승만 부추겨" 원본보기 아이콘

서울변회는 이번 청원의 핵심 명분으로 '사적 자치 원칙 회복'과 '국민의 법률 조력권 보장'을 내세웠다. 대법원의 형사 성공보수 원천 무효화 이후 현실에서는 부작용이 컸다는 입장이다. 과거에는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의뢰인도 적은 착수금으로 변호사를 선임한 뒤 결과에 따라 성공보수를 지급하는 계약이 가능했다. 그러나 성공보수 약정이 금지되면서 사건 결과와 무관하게 착수금 자체가 상향 평준화됐고, 결국 목돈이 없는 일반 국민의 사선 변호사 선임 문턱만 높아졌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일률적인 금지 조치가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는 "형사 기소가 되면 당장 자금을 융통하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은데, 사후에 돈을 지급하겠다는 약정마저 막아버리면 사선 변호인을 아예 쓰지 못하게 될 수 있다"며 "형사 변호의 일차적 목적은 억울한 사람이 안 생기게 하는 것인데, 사적 자치에 따른 합의를 일률적으로 무효화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형사 성공보수 부활이 결국 '변호사 수익 보전'을 위한 밥그릇 챙기기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돈을 주면 형량을 줄일 수 있다는 '유전무죄' 인식이나 전관예우 폐단이 다시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10년 전 판결 당시 "수사나 재판의 결과를 금전적 대가와 결부시키는 것은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린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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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착수금이나 성공보수나 결국 전체 수임료 총액의 문제일 뿐, 무조건 받아내는 착수금 위주의 현 구조보다 결과에 따라 아예 받지 못할 수도 있는 성공보수가 오히려 변호사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이미 전관 변호사들은 자문료 등 우회적인 방식으로 사실상 성공보수를 챙기고 있어 전면 금지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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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질서 유지라는 10년 전 대법원의 판단과 기형적으로 왜곡된 수임 시장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변호사 업계의 집단행동이 맞붙으면서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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