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K로봇 시대]⑤"제조 강점 한국, AI 중심 로봇 전략 대전환 필요"
로봇, 인구 감소·숙련 인력 부족 구조적 문제 해결
정부, 데이터 인프라 구축하고 표준 제안 나서야
한국이 미국, 중국과 어깨를 견줄 피지컬 인공지능(AI)·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AI 중심 로봇 전략으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일각에서는 로봇 산업을 여전히 정밀 기계·부품·제조 기술 중심으로 접근하는 시각이 있지만, 제조 산업이 아닌 AI 산업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익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AI·로봇연구소장은 10일 "로봇은 더 이상 '정밀한 기계'가 아니라 '지능이 물리 세계에서 행동하는 매체'"라며 "로봇의 향후 경쟁력은 얼마나 정교하게 만드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지능적으로 행동하게 만드는가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결국 한국이 로봇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제조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AI 중심 산업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소프트웨어 강점이 있는 미국과 하드웨어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산업 적용에 특화된 로봇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고 봤다.
안성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AI정책연구실장은 "로봇, 자율주행 기술로 대표되는 피지컬 AI가 국내 산업 전반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분야 특화형 고성능 AI 모델'이 요구된다"고 평가했다. 안 실장은 "분야 특화형 고성능 AI 모델은 특정 산업 현장 데이터를 학습하고 '인지-추론-실행 '과정을 실시간으로 동기화해 상황에 따라 대처 방안을 수정·보완하는 모델"이라면서 "피지컬 AI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는 양질의 정제된 데이터 확보인 만큼 기술·자본력에서 앞선 미국·중국 빅테크들과 직접 붙기보다 한국의 강점을 살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손동신 LG CNS( LG씨엔에스 LG씨엔에스 close 증권정보 064400 KOSPI 현재가 63,500 전일대비 1,900 등락률 +3.08% 거래량 471,372 전일가 61,600 2026.03.10 15:30 기준 관련기사 LG CNS, 피지컬 AI 상용화 박차…美 로봇기업에 전략투자 손동신 LG CNS 위원 "현장 강점 한국, 로봇 애플리케이션 1위 가능" [다가올 K로봇 시대]④한국의 경쟁력은 ‘데이터’…"축적·활용으로 SW 차별화 가능" ) 퓨처로보틱스랩 위원은 "현장에서 작업을 하려면 손이 중요하고, 인간 작업은 정밀하고 섬세해야 하기 때문에 핵심은 매니퓰레이션 기술"이라며 "손을 활용하는 매니퓰레이션 기술 측면에서는 중국도 하드웨어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정밀 작업을 수행하는 4세대 로봇 단계로 오면 미국도 아직 상용화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영역이 존재한다. 로봇이 손과 팔, 특히 손가락을 써서 실제 일을 하는 측면에서는 한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한국이 실제 적용 사례를 만들어 애플리케이션 영역에서 먼저 치고 나갈 기회가 될 수 있다. 손 위원은 "한국은 제조 강국이기 때문에 적용할 곳이 많다"면서 "팩토리, 물류센터 등 산업 현장에서 빠르게 사례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효과가 검증된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적용 영역에서 빠르게 치고 나가야 한다"고 짚었다.
"표준화 작업 절실...정부 역할 중요"
로봇산업은 표준을 선점한 국가가 주도권을 확보하는 만큼 우리 정부가 글로벌 논의에 선제적으로 참여하고 공동연구도 확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김 소장은 "로봇산업은 표준이 곧 시장"이라며 "로봇은 단일 제품이 아니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AI, 데이터 등이 결합한 시스템 산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중요한 표준영역은 로봇행동 표현체계, 환경인식 데이터구조, AI-로봇 인터페이스가 될 수 있다"며 "구조적 표준을 선점하게 되면 다양한 제조사가 그 위에서 개발하게 되고, 서비스가 연결되며, 데이터가 축적되고, 산업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 정부는 단순 참여가 아니라 표준 제안자로서의 역할을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공동 연구, 테스트 베드 참여, 오픈 생태계 기여 등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데이터 표준화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안 실장은 "업체별로 데이터 수집 방식이나 보유량이 달라 데이터 표준화(통합)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정부 차원에서 표준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짚었다. 과거 분당서울대병원과 아주대병원에서 데이터 표준화를 시도한 사례를 든 안 실장은 "각 병원이 취급하는 데이터 양식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얽혀 공유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축적한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면 그동안 겪었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데이터를 구하기 쉽지 않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 도움이 된다"며 "로봇의 관절 개수가 달라도 프로그램 하나로 움직임을 다 컨트롤할 수 있게 하는 표준화 논의가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자율주행 배송 로봇에 대한 표준과 인증 체계를 구축했던 것처럼 휴머노이드에 대해서도 빠르고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손 위원은 "규제 샌드박스와 실증 환경을 확대하고 수요 기업들이 국내 로봇 기업들을 빠르게 도입해 검증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휴머노이드는 하드웨어가 포함돼 검증·테스트·실증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과제, 규제 특구, 규제 샌드박스 등 정부가 환경을 확대하면 국내 로봇 업계가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로봇 산업이 인구 감소와 숙련 인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돼 줄 것이라 전망했다. 손 위원은 "로봇 도입은 단순 인건비 절감 차원의 접근이 아니다. 고숙련 로봇을 운영하는 인력을 중심으로 국내 생산 체계를 재구성할 수 있다"면서 "이는 인구 감소 대응이라는 구조적 과제 해결과 동시에 산업 경쟁력을 유지·강화하는 전략으로, 해외로 이전된 공장을 다시 국내로 유치하는 '리쇼어링 전략'이 장기적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송창종 피지컬AI 팀장은 "피지컬AI는 정부출연연구기관 단일로 하거나 기업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며 굉장히 기민한 조직이 필요하다"면서 "민간기관과 정부, 연구기관이 힘을 합치지 않으면 미·중 등과 경쟁해 이길 수 없기 때문에 기업-정부 원팀이 되는 게 중요한 상황으로 재정 지원사업들도 그런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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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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