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단위 조정 설계…1997년 이후 처음
외환시장 세법 개정·한미 전략투자 특별법도 국회 협의 추진
합동대응반 산하 반장, 1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
경제장관회의→비상경제관계장관회 체제로 전환
'100조+알파' 금융시장 대응도 확대 강화

정부가 중동발 유가 급등 대응을 위해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이번 주 안에 도입하기로 했다. 1997년 이후 사실상 꺼내지 않았던 가격 통제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으로 외환·금융시장 안정 대책과 별도로 서민 체감 부담이 큰 기름값부터 직접 누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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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9일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중동 상황 관련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열고 석유제품 가격 안정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회의에는 경제부총리 등 11개 부처 장차관이 참석했고, 구윤철 부총리가 중동 상황의 실물경제 영향과 범부처 대응 방안을,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석유·가스 수급 및 가격 안정화 방안을,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시장 상황 점검 및 대응 방안을 각각 보고했다.


김 실장은 "석유제품의 비정상적 가격 결정 방지와 가격의 예측 가능성 확보를 위해 최고가격제의 구체적 시행 방안을 논의했다"며 "대통령도 이를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해달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최고가격제 시행 시점을 못 박았다. 김 실장은 "늦어도 이번 주 내 시행하려고 한다"며 "고시 절차가 필요하지만 아주 초스피드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2주 주기로 설계하려 한다"며 "일정 상황이 발생하기 이전 가격을 기준으로 삼으면 첫 번째 최고가격은 지금 시중에서 소비자들이 맞닥뜨린 가격보다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고가격제를 도입하더라도 고정가격으로 장기간 묶어두기보다는 2주마다 조정하는 방식으로 가격 급등락 충격을 완충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고가격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유·유통 과정 전반에 대한 점검도 병행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을 중심으로 담합, 세금 탈루, 시장 교란 등 불법행위를 들여다보고 정유사 가격 조사와 세무 검증, 가짜 석유 적발을 위한 현장 점검에도 나설 계획이다. 김 실장은 "급작스럽게 가격을 올린 부분에 대해 정유사들이 나중에 설명해야 할 것"이라며 "엄정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축유 방출 계획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현재 1억9000만배럴 수준의 석유를 비축하고 있고, 국제에너지기구 기준으로는 208일가량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국내 석유화학 산업 수요까지 감안하면 실제 활용 가능 기간은 더 짧아질 수 있는 만큼,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같은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점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정부는 우선 산유국들과 공동 비축 중인 물량의 우선구매권 행사, 한국석유공사 생산분 전환, 전략적 협력국을 통한 우회 물량 확보 등으로 수급 충격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가스의 경우 도입 예정 물량 가운데 중동 비중이 14% 수준이고 카타르산 공급에 일부 차질 가능성이 있지만, 대체 물량 도입 여력이 있어 당장 수급 차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100조+알파' 금융시장 대응도 강화합동대응반 산하 3개 반 반장, 기존 1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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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변동성이 커진 금융시장 대응도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주가와 환율 등 금융시장 지표가 중동 상황 장기화 우려로 국내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게 흔들리는 측면이 있다고 보고, 시장 상황에 따라 100조원 규모의 시장안정 프로그램을 적기에 집행하고 필요하면 추가 확대 방안도 선제적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김 실장은 "시장 불안정 대응이 가장 우선"이라며 "기본적으로 100조원 프로그램 여력이 있고, 상당히 큰 충격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 대책도 병행한다. 김 실장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외환시장 안정 관련 세법 개정안과 한미 전략투자 특별법 등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와 적극 협의하고, 국민연금의 뉴 프레임워크도 신속히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실장은 "빈틈없는 시장 관리와 실물경제 악영향 차단을 위해 중동 상황 관계기관 합동대응반 산하 3개 반의 반장을 기존 1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하겠다"며 "경제부총리 주재 경제관계장관회의도 중동 상황 대응에 최우선을 둔 비상경제관계장관회의 체제로 전환 운영하고,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점검회의를 통해 수시로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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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번 중동발 충격을 단순한 외부 변수에 그치지 않고 경제 체질 개선의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김 실장은 "지금의 중동 상황은 우리만이 아니라 주요 경쟁국들도 공통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위기 요인"이라며 "정부는 대통령 말씀대로 이번 위기를 우리 경제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께서는 정부를 믿고 정상적인 경제 활동에 전념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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