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 버튼 누르자 치솟는 주가…나는 왜 주식으로 돈을 못벌까 [초동시각]
자본시장연구원 국내 개인투자자 20만명 분석해보니
개인들은 수익 조금 나면 빨리 팔고, 손해난 주식은 길게 들고가
급등주 등 복권형 주식에 손쉽게 투자해 손실 빈번
몇 년 전 주식투자를 처음 시작한 친구 김모씨. 삼성전자가 좋다는 소리에 8만원대에 덜컥 수백만 원을 투자했다. 어느샌가 주가는 5만원대까지 떨어졌고 계좌는 마이너스 30%가 찍혔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서 수년을 잊고 지냈고 마침내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원금이 회복됐다.
원금이 회복되고 어느샌가 수익률도 20%를 넘겼다. 김씨는 삼성전자 망한다는 소리까지 들었는데 이 정도면 많이 오른 거 아닐까 하고 매도 버튼을 누르고야 만다. 그런데 팔자마자 주가가 치솟기 시작하더니 한때 2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3년을 물려 있었는데 수익률 20%에 만족하고 판 자신을 원망한다.
이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했더니 다들 본인 이야기 같다고 한다. 국내 주식 투자자 중에 삼성전자에 물려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고, 올해 주가가 치솟을 때 사지 못해 아쉬워한 사람도 많을 것 같다.
개인은 왜 주식으로 돈을 못 벌까. 자본시장연구원이 한국 주식시장 개인투자자 약 20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개인들은 수익이 난 주식은 빨리 처분하고 손실이 난 주식은 오래 보유하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이를 '처분효과'라고 불렀다.
개인은 왜 손실이 난 주식을 오래 보유할까. 행동경제학의 대가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손실회피 현상'으로 이를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이익에 대한 기쁨보다 손실에 대한 아픔을 더 크게 느낀다고 봤다. 팔지 않으면 손해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손실에 대한 아픔을 회피한다는 것이다. 카너먼 교수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살 때는 과신하고 주식을 팔 때는 소심해진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분석해보니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대체로 과도하게 거래하며 투기적인 행태를 보였다. 이런 비합리적인 투자 행태는 높은 거래비용, 높은 투자위험, 과잉반응 및 과소반응을 유발해 저조한 투자성과로 이어졌다.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거래가 가능해진 데다 대체거래소까지 등장해 거래시간이 확 늘어나니 매매 빈도는 더 늘었다.
개인투자자는 외국인투자자나 국내 기관투자가에 비해 복권형 주식을 거래하는 비중도 높았다. 정교한 분석보다 운에 의존해 변동성 높은 주식에 투자하는 경향이 많았다. 특히 남성 투자자와 연령대가 낮은 투자자에서 이러한 현상이 빈번했다. 복권형 주식에 대한 선호가 높은 투자자일수록 분산투자 수준이 낮고, 거래빈도가 높으며 투자성과가 저조했다. 남들이 좋다는 급등주를 대충 사놓고 오르길 기도만 하는 일명 '기도매매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주식판에서 오래 살아남은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서 '손실은 짧게 수익은 길게'라는 말이 있다. 고수들은 아니다 싶으면 빨리 손절하고 된다 싶으면 장기 보유한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투자 아이디어가 망가지면 일부 손해가 있더라도 더 큰 손실이 나기 전에 빨리 정리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고, 투자 아이디어가 살아있고 이익 전망이 좋은 회사는 단기 이익 실현을 좀 참고 더 길게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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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들은 손절을 제때 하지 못해 비자발적 장기투자를 하게 되는 상황에서 사라지는 기회비용을 두려워한다. 본인이 공부 안 하고 비싸게 사서 물려놓고 나는 가치투자자니 뭐니 하면서 비자발적 장기투자자는 되지 말자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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