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100달러 돌파
주요 산유국 생산 중단 불안
석화, 연쇄적 가동 중단 우려
항공·물류업계 수익성 직격탄
전기요금 인상 압력도 커져

9일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한 것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저장시설이 포화할 것을 우려해 주요 산유국들이 잇따라 생산량을 줄인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란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실제로 수일에서 수주 안에 저장 시설이 포화에 이르는 '탱크 톱(Tank Top)' 상황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며 전국 주유소 기름값이 상승하고 있는 9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 기름값이 더 오르기 전에 주유하려는 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2026.3.9 강진형 기자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며 전국 주유소 기름값이 상승하고 있는 9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 기름값이 더 오르기 전에 주유하려는 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2026.3.9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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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공급 비상에 걸렸다. 원유 가격이 치솟으며 항공, 물류 업종은 수익성 하락에 직면했다. 원유 가격 인상으로 전기 요금 인상 압력도 커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는 잇달아 생산량 감축에 들어섰다. 다른 산유국들도 생산량 감축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3주 안에 중동 저장시설 포화"
최악의 상황은 '탱크톱'…정유·석화 업계, 원유확보 비상 원본보기 아이콘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수출할 수 있는 유조선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선박 부족으로 산유국들이 저장할 수 있는 공간도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데이터 제공업체 크플러(Kpler)를 인용해 사우디아라비아, UAE의 주요 저장시설이 빠르게 차오르고 있으며 3주 안에 한계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원유 저장 시설이 가득 차는 이른바 '탱크 톱'은 최악의 상황으로 여겨진다. WSJ는 "탱크톱 상황이 되면 산유국들은 기술적, 정치적으로 막대한 비용이 드는 생산 중단이라는 현실에 맞닥뜨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번 유정을 폐쇄하면 저류층에 장기적인 손상이 발생해 재가동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생산 재개까지 며칠에서 몇 주까지 소요될 수 있다.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바로 생산량이 원상 복구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투자자 노트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흐름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국제 유가가 이달 말엔 배럴당 150달러까지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항공·물류 업계 충격 현실화

경유, 휘발유, 항공유 등 석유 제품 가격이 연쇄적으로 치솟으며 연관 산업에 대한 충격이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5일 기준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이 중동전쟁 이전의 배럴당 93.45달러에서 140% 상승한 225.44달러까지 오르면서 항공업계는 수익성 하락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통상 유류비는 항공사 영업 비용의 30% 내외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주요 항공사의 총비용 중 유류비 비중이 37%까지 높아지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때마다 약 3000만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중동전쟁으로 대한항공이 인천~두바이 노선 운항 중단 기간을 오는 15일까지 연장하면서 여객 수 감소라는 리스크도 안게 됐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중단 기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로 꼽히는 4월에 들어서면서 항공사들은 유류할증료 인상 등으로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석화 '불가항력' 선언 잇따르나

직격탄을 맞은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여천NCC처럼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할 기업들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석화기업이 보유한 나프타 재고는 길어도 한 달 정도다. 불가항력을 선언한 곳들이 연쇄적으로 공장 가동을 멈추는 수순으로 들어서게 되면 산업 전반으로 파장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석화 업계 관계자는 "나프타 공급량 중 절반은 국내 정유사가 생산하고 나머지 절반은 수입하는데, 국내산 원유의 60%는 호르무즈 해협을 거친다"면서 "과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에는 러시아산을 수급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러시아산도 불가능해 수급할 곳이 마땅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석화 기업들의 마진율 부담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미 중국발 나프타 공급 과잉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석화 업계는 생산량을 줄이며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화학산업협회 관계자는 "가뜩이나 어려운 업계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더 힘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인상 우려

국제 유가는 연료비 상승으로 전기 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국내 수입하는 천연가스 가격은 국제 유가와 연동된다"며 "유가가 오르면 계통한계가격(SMP)이 상승하며 한국전력의 재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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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업계는 한국석유공사가 비축하고 있는 비축유를 풀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석화공장은 아예 멈추면 재가동하는 데에도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든다"면서 "전반적인 모든 제품의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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