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2중대'보다 무기력한 현실
개혁없는 구호는 자가당착일 뿐
우리 정치는 정권과 여당이 주도한다. 그들이 정치권력의 중심이기도 하지만, 최근 야당이 무너진 여당 독주체제가 형성된 탓도 있다. 여야 양당 체제는 무너졌고 1.5당 체제라 부르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야당인 '국민의힘'은 미약하다.
여전히 이들은 비판여론의 제도적 창구를 독점하고 있다. 권력에 대한 비판이 신뢰 잃은 야당을 통해 매개되면 그 비판은 오히려 힘을 잃는다. 야당이 권력에 대한 비판, 견제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비판여론을 무력화하는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일부 야당은 '여당 2중대'라 불렸다. 정권의 기획으로 태동했거나 정권에 들러리 선 야당에 대한 멸칭이었다. 그에 비해 지금의 야당은 집권 세력과 전쟁 수준의 적대 관계에 있다. 그러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집권세력의 패권 정치를 도와주는 무기력한 존재가 됐다. 신뢰 잃은 야당의 역설이자 메신저의 실패다.
근대 민주주의의 성장 과정에서 정당은 시민 세력의 정치적 구심점이자 권력투쟁의 창구였다. 정당이 대의제의 필수적 장치처럼 간주된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점차 정당은 시민사회를 장악하고 정치참여와 권력을 독점하는 정치 카르텔이 된다. 정당도 모든 조직과 마찬가지로 일단 구축되면 기득권 조직이 되는 경향이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기성 거대 정당이 각종 특권을 누리며 독점적 카르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선거법, 정당법 등에서 제도적 보장을 받고 있다.
카르텔 정당체제에서는 그나마 그들끼리의 경쟁이 정당정치에서 기대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잔여 영역이 된다. 그런데 지금 야당은 무기력하다. 의석이 문제가 아니라 신뢰를 잃어서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야당은 활동 공간이 제한적이었던 상황에도 국민의 신뢰를 담아 이른바 재야 운동의 방식으로 민주화의 구심점이 됐다. 하지만 지금 야당은 제 역할을 못하면서 비판여론의 제도적 창구를 여전히 독점하고 있다. 민심에 반하는 세력이 메신저가 된다면 메시지까지 오염돼 버린다. 그러면 야당이 오히려 권력에 대한 비판 의제를 무력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거리 행진, 농성을 해도 자신들에 대한 불신이 권력 비판을 삼켜버린다. 대안 야당이 작동하지 않으면 경쟁적 민주주의도 살아나지 않는다. 집권 여당의 패권은 관철된다.
대법관 증원, 법왜곡죄 신설, 재판소원제 도입을 두고 여당은 '사법개혁 3법'이라 하고, 야당 국민의힘은 '사법파괴 3법'이라 한다. 민주공화국 사법체계의 중대 변화다. 더구나 3법이 모두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헌정질서마저 흔드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여당은 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분위기를 사법개혁의 명분으로 활용한다. 윤 전 대통령 문제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없이 야당이 외치는 '사법파괴 3법' 규탄의 목소리도 오염되기 십상이라는 점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는 이런 문제를 각성케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 전환 없이 단합 구호만 외치고 있다. 이마저 당내 권력투쟁으로 자가당착의 고백이 돼버린다. 육참골단의 희생과 헌신 없이는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아 보인다. 개혁이든, 개편이든 필요하다. 스스로 개혁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비켜서는 것이 민주정치의 동력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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