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복지부 "'일본에서 줄기세포 치료' 바이오기업, 불법 소지"
국내에서 운영되는 '일본 줄기세포 원정 치료 프로그램'에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정부가 내놨다.
9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해외 줄기세포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환자의 줄기세포 확보를 위해 국내 의료기관에서 지방세포 채취를 유도하는 행위'와 관련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 같은 취지의 유권해석 결과를 회신했다.
해외에서 줄기세포 투여가 이뤄지더라도 특정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소개하거나 알선·유인하는 과정에서 금품이 오가거나 진료비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 경우 의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 배양 줄기세포 프로그램 첫 위법 가능성 제기
연간 1만~2만명 원정 치료…시장 규모 수조 원 추정
"첨생법 이후 해외 배양 선택이 규제상 더 유리"
국내에서 운영되는 '일본 줄기세포 원정 치료 프로그램'에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정부가 내놨다. 해외에서 줄기세포 배양과 시술이 이뤄지는 치료 프로그램에 대해 정부가 처음으로 위법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다만 개별 프로그램의 위법 여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갈릴 수 있고 의료법상의 한계가 분명해 규정 전반에 대한 논의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9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해외 줄기세포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환자의 줄기세포 확보를 위해 국내 의료기관에서 지방세포 채취를 유도하는 행위'와 관련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 같은 취지의 유권해석 결과를 회신했다. 해외에서 줄기세포 투여가 이뤄지더라도 특정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소개하거나 알선·유인하는 과정에서 금품이 오가거나 진료비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 경우 의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복지부는 개별 프로그램의 위법 여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줄기세포 전문기업 A사의 특수관계사 B사는 '항암·재생 특별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줄기세포 치료 상품을 운영해왔다. 국내 협력 병원에서 '항암면역세포용 채혈 및 지방 채취'를 진행한 뒤 일본 병원에서 세포를 배양해 환자에게 투여하는 방식이다. 환자에게 투여되는 세포는 '항암면역세포'와 B사가 자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줄기세포로, 6회 투여 비용이 4510만원이다. 오프라인 상담 과정에서는 "줄기세포 임상시험 참가 환자를 모집한다"는 식으로 홍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이런 사례를 포함한 해외 줄기세포 치료 프로그램이 횡행하는 걸 넘어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는 만큼 정부 차원의 검토와 환기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해외 줄기세포 치료 프로그램은 국내에서 지방세포를 채취한 뒤 일본이나 대만 등 해외 의료기관에서 세포를 투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비용은 회당 수천만 원에서 1억원 수준에 이른다. 2023년 복지부 국정감사에 따르면 줄기세포 치료를 위해 해외로 출국하는 환자는 연간 1만~2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줄기세포 원정 치료 국부유출 막겠다던 첨생법…오히려 규제 공백 만들었다
문제는 줄기세포 해외 원정 치료가 환자의 안전성 문제를 포함한 각종 부작용과 규정 침해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국내에서 무허가 줄기세포 치료 프로그램이 형사처벌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2015년 서울고등법원은 환자의 세포를 배양해 병원에 공급하고 시술하도록 한 기업의 행위에 대해 줄기세포를 약사법상 관리 대상인 '세포치료제'로 판단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없이 제조·판매한 행위를 약사법 위반으로 인정했다. 정부 역시 이러한 부작용을 관리하고 해외 원정 치료로 인한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을 도입했다. 줄기세포 치료를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기 위해 임상 연구와 시술을 허용하되 심의·장기추적조사 등 관리 체계를 두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취지로 도입된 첨생법이 역설적으로 새로운 규제 공백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법 체계는 국내에서 이뤄지는 재생의료 행위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핵심 공정을 해외에서 진행하는 이른바 '원정 치료' 방식에는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 과거에는 국내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해 환자에게 투여할 경우 약사법 위반으로 처벌됐지만 배양과 시술이 해외 의료기관에서 이뤄질 경우 국내 법령의 직접 적용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복지부의 유권해석에도 이런 한계가 드러나 있다. 복지부는 환자를 특정 의료기관에 소개하거나 알선하는 과정에서 금품이 오갈 경우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봤지만 줄기세포 배양이나 투여와 같은 핵심 의료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국내 의료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국내에서 환자를 모집하고 세포를 채취하더라도 실제 배양과 시술이 해외에서 이뤄질 경우 환자 안전과 직결된 핵심 공정은 국내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해외 줄기세포 치료 관리 체계 시급…효과 판단 환자에게 전가"
전문가들은 현행 제도가 해외 재생의료를 사실상 방치하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김은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금의 법 체계는 국내 재생의료를 전제로 설계돼 해외에서 시행되는 재생의료에 대해서는 별도의 관리 틀이 없다"며 "이는 사업자에게 국내법상의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기보다 해외 배양을 선택하는 것이 규제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신호를 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의약품이 아닌 세포 자체는 일반 화물과 동일하게 취급되며 이를 별도로 규율하는 보건의료 관련 법령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줄기세포 배양 과정은 의약품 제조나 재생의료 과정에 해당할 수 있으나 일본에서 이뤄지는 만큼 일본 법률의 적용을 받으며 국내법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서 환자를 모집하고 세포를 채취하지만, 가장 위험도가 높은 배양과 시술은 어느 부처의 감시도 받지 않는 '입법 미비'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김 조사관은 "배양 줄기세포의 안전성 검증 문제나 의학적 효능 과장 가능성, 고가의 치료비 구조 등 위험 요소는 과거 사건과 본질적으로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해외 줄기세포 치료 프로그램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인체세포의 국외 반출과 해외 배양·시술을 포함한 전 과정에 대해 최소한의 관리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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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치료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판단 책임은 사실상 환자 개인에게 전가되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줄기세포 치료 효과에 대한 과장된 효능 홍보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차혁진 한국줄기세포학회 학술 총괄 위원장은 "기업이나 의료기관이 단순히 '줄기세포'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마치 광범위한 치료 능력이 있는 것처럼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특정 세포군의 제한적인 기능만 확인된 상태"라며 "항암이나 항노화 같은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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