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논쟁은 왜 반복되나
폭리 논란 뒤에 가려진 구조
세금과 정책까지 함께 봐야

[기자수첩]기름값 '로켓 상승·깃털 하락'… 언제까지 정유사만 탓할건가
AD
원본보기 아이콘

국제 유가가 오르면 국내 휘발유 가격은 로켓처럼 오르고, 내릴 때는 깃털처럼 천천히 내려온다고 한다. 이른바 '로켓과 깃털' 현상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국내 휘발유 가격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8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약 1896원 수준까지 상승했다. 서울 평균 가격은 ℓ당 1945원 안팎까지 올라 2000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2022년 8월 이후 약 3년 7개월 만이다.

특히 국제 유가 인상분이 실제 국내 공급에 반영되기도 전에 가격이 먼저 오른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미래 공급 상황을 반영해 먼저 움직이는 구조라며 향후 원가 상승을 고려한 선제적 조정이라는 입장이다.


이 논쟁이 반복되는 이유는 가격 형성 과정이 외부에서 완전히 투명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유사에서 도매상, 주유소로 이어지는 유통 구조 속에서 어느 단계에서 얼마나 마진이 붙는지 일반 소비자가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유가가 급등할 때마다 정부가 업계를 압박하거나 가격 통제를 언급하는 장면은 이미 여러 차례 반복돼 왔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이 장기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키는 해법이었는지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유 산업은 국내 시장만을 대상으로 움직이는 산업이 아니다. 국내 정유사들은 생산한 석유 제품의 절반 이상을 해외 시장에 수출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도록 압박한다면 물량이 해외 시장으로 이동하는 왜곡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기름값 논쟁이 반복되는 또 다른 이유는 가격 구조 자체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휘발유 가격의 절반 가까이는 세금이다. 유류세에 교육세, 부가가치세까지 더해진 구조다. 특히 교육세는 1980년대 도입된 세목이지만 지금까지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인구 감소 시대에 이 구조가 여전히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다.


가격이 급등할 때마다 업계를 압박하는 방식은 단기적으로 여론을 달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유류세 탄력세율 확대나 세목 구조 조정 등 가격 구조 자체를 점검하는 정책 논의가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


물론 부당한 가격 인상이 있다면 엄정한 감시와 단속은 필요하다. 그러나 기름값 문제를 정유사나 주유소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접근 역시 충분한 해답이 되기 어렵다.

AD

중동 정세가 흔들릴 때마다 같은 논쟁이 반복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한 번의 업계 압박이 아니라 기름값 구조 자체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일지 모른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