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공급 불가항력' 선언…중동 위기에 석화업계 도미노 우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원료 수급 차질
나프타 가격 급등·재고 부족…NCC 가동률 하락 가능성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여천NCC가 고객사에 제품 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통보하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다른 NCC(나프타 분해시설)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통상 1~2개월 수준의 나프타 원료를 비축해 두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장기간 차질을 빚을 경우 원료 수급에 문제가 발생해 이르면 이달부터 주요 NCC들의 불가항력 선언이 잇따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불가항력은 전쟁이나 자연재해처럼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계약 이행이 어려울 때 책임을 면제받기 위해 선언하는 조치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제품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되면 고객사에 즉시 해당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
가장 먼저 공급 차질을 알린 곳은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시설인 여천NCC다. 연간 약 229만t의 에틸렌 생산 능력을 보유한 여천NCC는 지난 4일 고객사에 제품 공급 일정 지연과 물량 조정 가능성을 통보하며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여천NCC는 고객사에 보낸 안내문에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원자재 조달에 큰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영향으로 3월 도착 예정이던 나프타 물량이 크게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중동 지역에서 전쟁이 발생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공급 불가 조치가 나온 배경에는 원료 재고가 충분하지 않았던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글로벌 수요 둔화와 중국발 공급 과잉 여파로 지난해부터 생산량을 줄여왔다. 여천NCC 역시 지난해 말 연간 47만t 규모의 3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현재는 1·2공장만 운영 중이다. 낮은 가동률로 인해 나프타 재고도 많지 않아 중동발 원료 수급 불안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중동 지역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여천NCC를 시작으로 다른 NCC 업체들까지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하는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사용하는 나프타는 약 절반이 해외에서 수입되고 나머지는 국내 정유시설에서 생산된다. 한국이 들여오는 원유의 약 70%가 중동산이며, 이 중 상당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수입 나프타 역시 약 54%가 이 해협을 통해 들어온다.
업계 관계자는 "여천NCC뿐 아니라 대부분 NCC 시설이 원료 수급 불안에 노출돼 있다"며 "최근까지 생산량을 줄여왔던 만큼 재고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 상황이 길어지면 이달 중 다른 NCC들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료 가격 상승도 업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전쟁 이전인 지난달 27일 t당 590달러 수준이던 나프타 가격은 이달 3일 737달러까지 오르며 약 25% 상승했다.
일반적으로 원가가 상승하면 제품 가격에 이를 반영해야 하지만, 현재는 공급 과잉과 수요 침체로 가격 전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제품 스프레드가 축소되며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료 수급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현재 70~80% 수준인 NCC 평균 가동률이 추가로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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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신용평가는 "석유화학 산업은 구조적인 공급 과잉 국면에 있어 원료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즉각 반영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국제유가 흐름과 원료 조달 상황, 기업들의 가동률 조정과 대체 원료 확보 전략 등을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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