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 창구 늘지만 제3노조는 밀려나
송시영 "기득권 노조가 교섭권 독식"
'교섭단위 분리 요건 완화' 요구에도
교섭 비용 부담, 제도 공감대는 숙제

교섭 대상을 확대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MZ노조'로 불리는 소수 노조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많은 하청 노조가 원청과 직접 교섭에 나설 수 있게 되면서 좁았던 소수 노조의 입지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란봉투법 시행' 앞두고 설 곳 잃은 MZ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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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노동계에 따르면 MZ노조 사이에선 오는 10일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양대 노총 위주의 노사 합의 관행이 공고해질 거란 지적이 나온다. 송시영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방대한 조직력을 갖춘 기득권 노조가 교섭 권한을 독식하게 될 것"이라며 "제3노조는 교섭 과정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MZ노조는 '비이념·실용' 노선을 표방하며 20~40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출범한 노동조합을 뜻한다.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 LG전자 사람중심사무직노동조합, 금호타이어 사무직노동조합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연합체적 성격을 띠는 조직이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다. 상급단체인 '노총'이 아닌 '협의회'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양대 노총과 달리 협의 기구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MZ노조는 재택근무 확대, 포괄임금제 개선 등 노동 문제에서 소외당한 화이트칼라 의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한때 '제3지대'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최근 MZ노조는 교섭 구조에서 소외된 채 세(勢) 확장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현행법상 조합원 수가 과반에 미치지 못한 소수 노조는 '의무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한계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동교섭대표단에 참여하거나 별도의 교섭단위로 인정받지 않는 한 직접 교섭에 나서기 어렵다 보니 결과적으로 교섭 주도권은 양대 노총 중심으로 형성됐다.


소수 노조들은 이런 상황에서 노란봉투법이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노란봉투법과 원·하청 교섭 절차 매뉴얼에 따르면 하청 노조는 원청 노조와의 조율 과정 없이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업무 특성이나 근로조건 등이 현저히 다른 경우에는 하청 노조 간에도 교섭단위를 분리할 수 있도록 했다.

원·하청 교섭 창구가 늘어날수록 의제와 시간이 분산되고, 이들이 들어설 자리가 좁아질 수 있다는 게 MZ노조 입장이다. 한 공기업 MZ노조 간부는 "기존 교섭 구조의 한계로 일부 사업장에선 MZ노조가 간판만 남은 채 활동이 사실상 와해된 경우도 있다"며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하청 노조보다 원청 내 소수 노조가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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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교섭단위 분리 요건의 완화'를 해법으로 거론한다. 노란봉투법 찬성 입장을 밝힌 김한엽 금호타이어 사무직노조 위원장은 "사무직 고유의 애로사항을 과반 노조가 대변하기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교섭단위 분리 인정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청 노조 내에서도 직군·직무 특성이 뚜렷하게 다른 경우 교섭단위 분리를 유연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다.


제도 보완이 쉽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MZ노조를 비롯한 소수 노조의 고충은 이해하지만, 교섭단위가 지나치게 세분화되면 사용자의 교섭 비용이 크게 늘어 재계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제도 개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하지 않으니, 사안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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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양대 노총은 법 시행을 계기로 교섭력을 확대하기 위한 대규모 '춘투(春鬪)'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여전히 교섭 절차가 복잡하고 하청노동자의 교섭권이 제한된다"며 "원청과의 실질 교섭을 성사하고 제도 개선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예 기자 ea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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