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우먼톡]'저몰입' 시대, 조직문화 다시 설계할 때
헤드헌터로서 최근 경영자와 인사담당자들에게 자주 듣는 하소연이다. "요즘 직원들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퇴사율이 폭증하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스스로 더 해보겠다고 나서는 분위기도 아닙니다." 한편 후보자들의 이야기는 결이 다르다. "이 회사에서 더 열심히 한다고 제 삶이 달라질 게 있을까요?" 당장 회사를 떠나겠다는 것보다는 조직에 투입할 에너지의 총량을 이미 스스로 제한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조용히 남아 있지만 마음의 거리는 이미 멀어진 사람들, 현장에서는 이를 '저몰입'이라 부른다.
갤럽의 'State of the Global Workplace 2025'에 따르면 전 세계 직원 중 일에 몰입하는 비율은 21%에 불과하고, 나머지 79%는 일에 무관심한 상태이거나 적극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상태라 한다. 출판업계 이야기에 따르면 일 관련 자기계발서가 예전만큼 팔리지 않고 독자의 관심은 필사나 명상 같은 개인적 치유를 거쳐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자산 증식으로 옮아갔다고 한다. 조직 내 성취보다 개인의 경제적 자유와 안전망 확보가 훨씬 시급하고 확실한 보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일에 쏟아야 할 몰입의 에너지가 각자의 모바일 증권 애플리케이션(앱) 속으로 흩어지고 있다. 저몰입은 개인적 태도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에너지의 바뀐 흐름이 된 느낌이다.
저몰입 시대, 리더들의 해법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얼마 전 만난 한 리더의 이야기다.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어서, 조직에 가장 나쁜 영향을 끼치는 사람을 내보내는 것이 답일까 생각했습니다." 경영학자 딜런 마이너(Dylan Minor)는 조직에 유해한 직원 한 명이 만드는 비용이 슈퍼스타 한 명이 창출하는 이익보다 크다고 분석했다. 고성과자조차 동료를 깎아내리고 조직 가치를 무시하는 경우 장기적으로는 신뢰와 사기를 갉아 먹는다는 경고 역시 공감이 된다.
최근 만난 CHRO는 다른 처방을 이야기했다. "그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최고의 스타 인재를 소수라도 영입해야 합니다. 그 사람들이 문화를 살립니다." 스티브 잡스가 즐겨 말했다는 "A players hire A players, B players hire C players(A급 인재는 A급 인재를 채용하고, B급 인재는 C급 인재를 채용한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스타 인재가 '이 정도가 이 조직의 새로운 기준'임을 몸으로 보여줄 때 구성원의 기준점이 올라가고 조직 정체성도 재정의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어느 쪽에도 함정은 있다. 기준과 원칙 없이 진행되는 해고는 남는 구성원들에게 불안과 불신을 심어줄 수 있다. 스타 영입 역시 공정성과 신뢰가 이미 흔들린 조직에서는 오히려 내부의 불안과 경쟁만 키우는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결국 '해고냐, 스타 영입이냐'는 선택 자체가 핵심이 아닐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가 "최고경영자는 조직 문화의 큐레이터"라고 말한 것처럼, 저몰입을 HR 부서만의 문제로 넘기지 않고 리더 스스로 문화 설계의 주체로 나설 때 비로소 실질적인 변화가 시작된다.
저몰입은 누군가를 탓하는 단어가 아닌, 지금의 방식이 더 이상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경고음이다. 지키고 싶은 문화의 기준은 무엇인지, 그 기준에 맞지 않는 행동에 어떤 원칙을 적용할지를 정의하는 것. 그것이 저몰입 시대 리더의 가장 본질적인 과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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