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③]노사 충돌 어디서 터지나…예상 '3대 분쟁' 지점은?
사용자성 판단 '실질적 지배·결정' 관건
손해배상 청구 제한 '정당한' 범위 의문
M&A·사업매각, 경영권 및 쟁의권 경계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이 임박하면서 노사 간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제도가 현장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사용자 범위 및 노동쟁의 대상 확대,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 주요 조항을 둘러싼 해석 차이에서 분쟁이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원칙 중심으로 규정돼 있어 구체적인 적용 기준은 노동위원회 판단과 법원 판례를 통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 어디까지가 '실질적 지배'인가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가장 큰 분쟁 지점은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가 될 전망이다. 개정법 제2조2호(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에는 근로계약이 없더라도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으면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명시했으나, 어디까지를 지배로 볼 것인지는 여전히 해석의 영역이다.
예컨대 원청 사용자성을 둘러싼 법원에 계류 중인 HD현대중공업 사건이 대표적이다. 하청 노동자들로 구성된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원청인 HD현대중공업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한다며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1·2심은 '단체교섭 의무는 근로계약 관계가 있는 사용자에게 한정된다'며 원청의 교섭 의무를 인정하지 않았고, 202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된 상태로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까지 중노위와 법원은 원청 사용자성을 판단할 때 하청 노동자의 업무가 원청 사업에 필수적으로 편입돼 있는지를 핵심 근거로 바라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근로조건에 대한 원청의 관여 정도와 원청과 하청의 구조적 관계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문제는 사용자성 판단 결과가 사례별로 엇갈린다는 점이다. 예컨대 택배기사 노조의 경우 배송 방식 및 운영 등에서 회사의 영향력이 작동한다는 근거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했으나, 2019년 금속노조가 현대·기아차 포함 9개 원청 대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는 조정신청을 했지만, 중노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초기 판정이 사실상 노란봉투법의 현장 기준을 만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대법원에 계류 중인 원청 사용자성 사건의 판단 결과가 향후 분쟁의 방향을 가를 주요 기준이 될 전망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청의 단가 결정 구조, 작업 지시 체계, 인력 운용 관여 정도 등이 핵심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해배상 제한, 적용 범위는
개정 노조법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 조항 역시 또 다른 분쟁 가능성을 안고 있다. 그동안 노사 분쟁 과정에서 기업이 노동조합이나 조합원을 상대로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개정법은 폭력이나 파괴행위가 수반되지 않은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도록 했다. 또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노조 전체가 아니라 조합원 개인의 책임 정도에 따라 배상 비율을 정하도록 했다. 단체행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조합원 개인에게 거액의 책임이 돌아가는 상황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실제 사건에서 어디까지를 정당한 쟁의행위로 볼 것인지는 여전히 법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다. 파업 과정에서 발생한 생산 차질이나 영업 손실이 어느 정도까지 보호되는지, 사업장 점거나 업무 방해가 있었을 경우 손해배상 책임이 어떻게 인정될지 등을 두고 노사 간 다툼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경영계는 손해배상 제한이 쟁의행위의 부담을 줄여 파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손해배상 제한의 적용 범위가 명확하지 않으면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과거 거액 손해배상 청구가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손해배상 소송을 막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평가했다.
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소속 조합원들이 총파업 사전대회를 열고 인력충원 및 노동시간단축을 촉구하고 있다. 2025.10.2 강진형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구조조정도 파업 사유 되나…쟁의 범위 확대
노동쟁의 대상 확대 역시 새로운 충돌 지점으로 꼽힌다. 기존에는 임금·근로시간 등 전통적인 근로조건이 쟁의의 중심이었지만, 개정법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도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기업이 공장 이전이나 생산라인 축소를 추진하면서 인력 감축이 예상되는 상황도 쟁의 범위에 들어갈 수 있다. 노동조합은 이를 고용과 근로조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보고 파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은 경영 전략에 해당하는 사안이라며 쟁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확정 해석지침에서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 근로자 '배치전환'이 일상적인 인사 조치가 아니라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경영상 필요에 따른 일반적인 인사이동까지 쟁의 사유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다만 경영계에서는 여전히 우려가 나온다. 기업 인수합병(M&A)이나 사업 매각 과정은 통상 조직 개편이나 인력 재배치를 수반하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는 파업 가능성이 크게 열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석유화학 산업의 경우 사업 재편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배탈인 줄 알고 지사제로 버텼는데…알고 보니 30...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전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은 "구조조정은 노동자 입장에서 가장 직접적인 근로조건 문제와 연결된다"며 "헌법상 사유재산권과 노동삼권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향후 판단의 핵심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