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脫중동 속도…북미·중남미 수입선 확대
중동 정세 악화에 정부,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정부가 중동 정세 악화에 대비해 원유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208일 분의 비축유가 충분해 수급 차질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에 발 묶인 한국 유조선 7척의 경우 1척당 국내 하루 소비량(200만 배럴)이 실려있다. 사태 장기화를 대비하고 중장기적으로 에너지의 중동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정부와 업계서 거론되는 다변화 우선순위를 보면, 원유는 북미-중남미-아프리카, 가스는 동남아-호주-북미 등의 순이다. 원유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미국 셰일오일이 거론된다. 미국은 셰일혁명 이후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로 부상하며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확보했고, 한국 정유업계도 이미 미국산 원유 도입을 점차 늘려온 상태다.
실제로 한국의 미국산 원유 수입 비중은 2016년 0%대에서 최근 10% 안팎까지 확대됐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 지역은 중동 다음으로 원유 생산 규모가 크고, 특히 미국은 원유 생산 1위국"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MAGA) 기조 하에 자국의 화석연료 구입을 원하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동 외 지역에서 원유를 도입할 경우 금융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공급망안정화기금을 활용해 원유 구매 자금과 긴급 운영 자금을 지원하고, 북미와 중남미 등 중동 외 지역에서 원유를 들여올 때 적용되는 지원 한도도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브라질과 멕시코 등 중남미 산유국도 대체 공급선으로 거론된다. 한국은 브라질에서 연간 약 220만 배럴, 멕시코에서 약 200만 배럴 수준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어 중동 외 공급선으로 활용 가능성이 있다. 반면 베네수엘라는 미국 제재 이후 한국의 직접 수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중동에서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미국과 함께 중남미 원유 도입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단기 수급 불안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프리카 역시 잠재적인 공급선이다. 나이지리아와 앙골라 등 서아프리카 산유국은 아시아 정유사들이 중동 외 대체 원유를 확보할 때 자주 활용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실제로 정부가 추진해온 '원유 도입선 다변화 정책'도 미국과 아프리카, 중남미 등으로 수입선을 확대해 중동 의존도를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스 역시 대체 공급선 확보가 추진된다. 현재 한국의 LNG 도입 물량 가운데 80% 이상은 중동 외 지역에서 공급되고 있어 중동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카타르산 도입이 중단될 경우에 대비해 동남아시아와 호주, 북미 등에서 추가 공급선을 확보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역시 관리 대상이다. 국내 나프타 수입 가운데 절반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들어오는 만큼 사태 장기화 시 수급 불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필요할 경우 나프타 수출 물량을 국내 공급으로 전환하고, 중동 외 지역에서 대체 물량을 확보하는 방안을 업계와 협의하고 있다.
현재 정부와 민간이 확보한 비축유는 국제에너지기구(IEA) 권고 기준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국내 비축유는 208일정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로, 단기적인 공급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원유 시장 전체의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공급이 줄어들 경우 주요 수입국들이 동시에 대체 원유 확보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원유 가격과 운송 비용이 크게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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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에 대비해 중동 외 지역 공급선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해외 생산분 도입과 공동비축 활용, 비축유 방출 등 단계별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해 에너지 수급 안정성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전날 오후 3시부로 원유·가스 분야에 대해 자원안보 위기경보 '관심'을 발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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