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이직규제 고차방정식, 해법은 여전히 요원
노동부 중심 TF 지난달 종료
노사 이견에 표류…추가안 마련키로
중소기업계, 최소 근무 2년 주장
"장기 재직 환경 조성이 우선"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이동 제한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관계 부처와 업계 의견을 취합하던 공식 창구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일단 문을 닫았다.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각계의 이견을 조율해 추가안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노동부를 중심으로 운영돼 온 '외국인 인력 제도 개편 태스크포스(TF)'는 지난 2월 말을 끝으로 공식 해산했다. TF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비전문취업(E-9) 비자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들의 사업장 이동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출범했다. 중소벤처기업부·법무부 등 관계 부처와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영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참여했다.
노동부는 당초 사업장 의무 근무 기간을 1년~1년 6개월로 단축하고 이 기간이 지나면 비수도권 내에서 자유롭게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으나, 중소기업계 등의 반대 의견에 부딪혀 최종안 도출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동부는 각계의 의견을 모아 추가로 검토한 다음 이르면 상반기 중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E-9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는 최초 사업장에서 3년간 근무한 뒤 5개 권역(수도권, 충청권, 경남권, 경북·강원권, 전라·제주권, 충청권) 가운데 같은 권역 안에서만 이동할 수 있다.
정부의 외국인 근로자 사업장 이동 제한 완화 움직임은 지난해 2월, 전남 나주의 한 벽돌공장에서 발생한 '외국인 근로자 집단 괴롭힘' 사건을 기화로 본격화됐다. 문제가 된 스리랑카 출신 근로자의 이직이 불가능하단 사실이 알려지며 사업장 이동을 제한한 현 제도가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논란이 확산하면서다.
중소기업계는 '최초 사업장 의무 근무 기간 2년, 5대 권역 현행대로 유지'안을 주장하며 더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외국인 근로자가 현장의 핵심 인력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사업장 이동 제한이 완화되면 지방 중소 제조기업의 인력난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이유다. 몇 년 간 시간과 노력을 들여 업무 교육을 마친 숙련 근로자들이 의무 근무 기간이 끝나자마자 더 나은 조건을 찾아 떠나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지난해 중기중앙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74.4%가 외국인 근로자의 최소 의무 기간으로 '3년 초과'가 적정하다고 답했고, 48.2%는 '연차에 따라 고숙련 직무를 맡기고 있다'고 응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 한명을 숙련시키기 위해 회사는 숙식과 교육을 제공하고 업무에 적응시키기 위한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며 "지금도 채 1년이 되지 않아 꾀병과 태업 같은 행위를 통해 사업장 이동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만일 규제까지 완화된다면 몇몇 기업은 인력난으로 아예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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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계는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을 용이하게 바꾸는 것보다 한 사업장에 오래 다닐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일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전문위원은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이동 규제가 완화될 경우 기업의 인력 유출 우려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장기 재직을 유도할 유인 설계가 필요하다"며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게 숙련기능인력(E-7) 비자 전환이나 재입국 우대 등 체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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