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 위탁 운용사 책임활동 활성화 방안
위탁 규모 130조원 중 일부 금액 해당 전망
국민연금 "주주가치·수익률 제고될 것" 기대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위탁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이 사실상 독점해 온 주주권 일부를 민간 자산운용사로 분산하는 조치인 만큼, 향후 기업 지배구조와 기관투자자 역할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위탁운용사의 수탁자 책임활동을 평가할 구체적 기준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만큼 실제 시장 파급력은 제도 설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5일 제2차 회의를 열고 '국내주식 위탁운용의 수탁자 책임활동 활성화 방안'을 보고받았다. 핵심은 국민연금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이 보유한 지분에 대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슈퍼주주' 국민연금 권력 분산…투자만 하던 위탁운용사, 주주권 행사까지
국민연금은 2025년 미국 증시에서 43조원의 평가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2025년 미국 증시에서 43조원의 평가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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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위탁운용 구조에서는 자산운용사가 실제 투자 결정을 내리더라도 의결권은 대부분 국민연금이 행사해 왔다. 특히 국민연금이 직접 투자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위탁운용 지분까지 포함해 의결권을 기금운용본부가 일괄 행사하는 방식이었다. 이 때문에 위탁운용사들은 사실상 투자 운용 역할에 머물렀고 기업 경영에 대한 주주권 행사에는 제한적으로 참여해 왔다.


이번 제도 개편은 이런 구조를 바꾸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민연금은 현재 '투자일임' 방식으로 운용되는 위탁 구조를 '단독펀드'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투자일임 방식에서는 자산의 법적 명의가 국민연금에 있어 의결권 역시 국민연금이 행사하지만, 단독펀드 구조에서는 주식의 법적 명의가 운용사 펀드로 바뀌면서 의결권도 운용사가 행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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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보유 주식 규모는 263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약 130조원을 위탁운용사들이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한 국내 상장사는 599개였는데 이 가운데 342개 기업은 국민연금이 직접 행사했고, 257개 기업은 위탁운용사가 행사했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국민연금이 행사해 온 의결권 일부가 민간 운용사로 분산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국민연금이 직접적인 주주권 행사 부담을 일부 완화하면서도, 기관투자자를 통해 시장 기반의 거버넌스를 강화하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국민연금은 제도 변화를 곧바로 전면 적용하기보다 일부 운용사를 대상으로 시범 도입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국내 자산운용업계의 수탁자 책임활동 여건 등을 고려해 8개 위탁운용 방식 중 '책임투자형'에서 일부 역량 있는 운용사를 대상으로 시범 추진하고, 평가를 거쳐 향후 확대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책임투자형은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요소를 고려해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현재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27곳 가운데 8곳이 이 유형을 운용하고 있다. 다만 이들 모두가 의결권을 행사하게 되는 것은 아니며, 실제 시범 운용사는 향후 별도 선정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책임활동을 수행할 역량과 여건이 되는 운용사를 중심으로 시범 운영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대상 운용사는 추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주주가치 제고·밸류업 기대…"기금 수익률 제고"
국민연금, 관치보다 '수익률'…국내주식 의결권 민간에 넘긴다 원본보기 아이콘

자본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국내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 역할을 확대하면서 장기적으로 한국 증시의 저평가 구조를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그동안 국민연금 자금을 위탁받은 운용사들은 투자 운용 역할에 집중해 왔지만, 앞으로는 의결권 행사와 기업과의 대화 등 주주활동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는 오랜 기간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불릴 만큼 주요국 대비 낮은 기업가치 평가를 받아왔다. 낮은 배당 성향과 지배구조 문제, 대주주 중심 경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주주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연기금 입장에서 장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가 상승과 배당을 합친 총주주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한국처럼 기업 가치가 저평가된 시장에서는 주주권 행사를 통해 기업 밸류에이션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해외 주요 연기금들도 이 같은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나 일본 공적연금(GPIF) 등은 운용사에게 자산 운용과 함께 의결권 행사 권한을 맡기는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탁자 책임활동의 최종 목표는 기금 수익 제고"라며 "운용사들이 의결권 행사를 통해 수탁자 책임활동을 잘하게 되면 국민연금 수익을 늘리는 데 간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운용사 이해상충 가능성…평가 기준·세부 설계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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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제도 도입 이후 실제 시장 변화가 나타날지는 구체적인 제도 설계와 운용사의 행동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내 자산운용 산업 구조를 고려하면 일부 운용사가 적극적인 주주활동에 나서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중소형이나 독립계 운용사들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지만, 국내 대형 운용사 상당수는 금융지주나 대기업 계열인 경우가 많다"며 "모회사와의 관계 등 여러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독립적인 주주권 행사에 소극적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방안의 파급력은 국민연금은 향후 마련할 '수탁자 책임활동 기준'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단순히 보고서 제출이나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 여부 등 형식적인 기준에 그칠 경우 시장 변화는 제한적일 수 있다. 반면 의결권 행사나 기업과의 대화 등 실질적인 주주활동이 평가 항목에 포함될 경우 기관투자자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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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위탁운용사의 수탁자 책임활동 강화를 통해 자본시장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국민의 노후 자금인 기금의 수익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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