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물 금리 상승…초장기물-장기물 간 금리 역전 폭 축소
시장 환경 변화에 보험사 매수 여력 약화
듀레이션 규제 영향…"장기채 중심 투자 이어질 것"

최근 국고채 30년물 금리가 상승하는 등 채권시장 수급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초장기채의 핵심 매수 주체였던 보험업계의 매수 강도가 예전보다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보험사들의 채권 투자 전략에 변화가 감지되는 모습이다. 다만 자산과 부채의 만기 구조를 맞추기 위한 듀레이션 관리 필요성이 지속되는 만큼 보험사들의 장기채 중심 투자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자산부채관리(ALM)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점이 이러한 흐름에 힘을 싣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Why&Next]보험사 채권 전략 변화…초장기물 약화 속 장기채 매수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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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일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15bp(1bp=0.01%포인트) 급등한 3.57%에 장을 마감했다. 같은 날 3.59%를 기록한 10년물보다 2bp 낮은 수준이다. 연초 17bp 이상 벌어졌던 초장기물과 장기물 간 금리 역전 폭이 줄며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에 근접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초장기 금리 상승 흐름의 배경으로 보험업계의 채권 수요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국고채 30년물의 핵심 매수 주체였던 보험사들의 매수 여력이 예전보다 약해졌다는 것이다. 최근 보험사들은 국채 발행 당국과의 협의 자리에서 초장기물 매수 규모를 크게 늘리기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증시 호조에 따른 '머니무브' 현상이 초장기물 수요 감소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주식시장 강세에 따른 자금 이동이 보험사 장기자금 유입에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의 전체 보유 계약 규모는 약 2311조원을 기록하며 전년(2339조원) 대비 1.2% 감소했다.

증시로의 자금 이동 현상만으로 초장기물 수요가 줄어든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재우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팀장은 "보험사의 초장기채 매수 감소는 증시 강세에 따른 영향도 일부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전반적인 시장 금리 상승에 따른 자본 여력 개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는 금리 상승 시 보험사의 부채 현재가치가 감소해 지급여력비율(K-ICS) 등 건전성 지표가 개선되는 구조와 관련된다. 자본 여력이 커지면 자산과 부채의 만기를 맞추기 위해 초장기채를 적극적으로 매입해야 할 필요성이 과거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팀장은 "그동안 보험사들이 초장기채를 지속적으로 매입하면서 장기 국채 금리가 단기채보다 낮은 금리 역전 현상이 이어졌는데, 이는 보험사 운용자산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며 "현재 보험사의 자산운용 환경은 대체로 과거보다 우호적으로 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험사, ALM 관리 강화해야…"장기채 매수 계속"
[Why&Next]보험사 채권 전략 변화…초장기물 약화 속 장기채 매수 지속 원본보기 아이콘

초장기 국채 수요는 다소 약화했지만 장기채 전반에 대한 보험사의 투자 수요는 이어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달 말까지 보험사들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약 7조9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70% 넘게 증가했다. 주로 국채와 특수채, 은행채 등 안정적인 중장기 채권 위주로 투자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자산과 부채의 만기를 맞추기 위한 듀레이션 관리 필요성에 따라 보험사들의 장기채 투자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듀레이션 관련 규제를 올해부터 도입할 계획을 밝힘에 따라, 보험사들은 ALM을 한층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듀레이션은 금리 변동 시 자산과 부채 가치가 얼마나 변하는지를 나타내는 민감도 지표다. 자산 듀레이션과 부채 듀레이션의 차이인 듀레이션 갭이 0에 가까울수록 자산과 부채의 만기 구조가 잘 맞춰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차이가 클수록 금리 변화에 따른 순자산 변동성이 커진다.


금융위원회는 보험사의 금리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 경영실태평가 항목에 듀레이션 갭 지표를 새로 반영하고 갭이 일정 범위 이상인 경우 하위 평가 등급이 되도록 설정하는 등 강화된 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경영공시 항목에 듀레이션과 듀레이션 갭을 추가해 시장규율 및 감시체계가 작동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보험산업의 ALM 관리와 자산운용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건전성에 기반한 신뢰 금융과 생산적 금융 간 선순환 구조 마련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의 기조에 발맞춰 듀레이션 관리 강화를 위해 장기채 중심의 자산운용 전략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지난해 1분기 마이너스(-) 3년 이상까지 벌어졌던 듀레이션 갭을 연말에 -0.7년까지 좁히는 데 성공한 현대해상은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이 같은 자본비율 개선세는 시장금리 상승 영향에 더해 자산 측면에서 장기채 투자 비중을 확대한 노력이 반영된 것"이라며 "올해도 ALM 개선을 위해 장기채 투자 비중을 늘려 자산의 금리 민감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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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보험 부채가 시가 기준으로 평가되면서 보험사들이 국내 장기채와 더불어 해외 장기채까지 매입해 자산 듀레이션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전략을 이어가는 추세"라며 "단기적으로 금리 변동성에 따라 운용 방식에 일부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듀레이션 규제 도입과 기본자본 K-ICS 비율 관리 등을 고려하면 장기채 중심의 ALM 관리 기조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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