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소식에 원유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그 추세가 예전만큼 빠르지 않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산유국이 늘어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에너지업체들이 항로 다양화에 나선 덕분이다.


"이란의 봉쇄에도 유가 100달러 안 넘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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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현지시간) '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에 도달하지 못했나(Why has oil not hit $100 a barrel?)'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주요 에너지 시설 타격에도 불구하고 유가 상승 폭이 예상보다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0.1달러(0.13%) 오른 배럴당 74.66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27일 배럴당 67.02달러였던 WTI의 가격은 이달 2일 71.23달러로 급등했으며 3일 74.56달러였다. 브렌트유 역시 같은 기간 배럴당 70달러 수준에서 81.36달러까지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과거와 다른 흐름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비롯해 페르시아만 전역의 항구와 정유·가스 터미널 보복 타격에도 배럴당 100달러라는 상징을 돌파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당시 브렌트유는 배럴당 128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과거 오일쇼크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1973~74년 아랍 산유국의 석유 금수 조치 당시 유가는 260% 급등했다. 1979년 이란 혁명 이후의 혼란은 약 160% 상승을 초래했다.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은 약 180%의 가격 상승을 촉발했다.


FT는 유가 폭등이 억제된 이유로 공급원의 다변화를 꼽았다. 과거와 달리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됐다. 이 밖에 가이아나, 브라질 등 신규 산유국이 가세하며 중동 의존도가 낮아졌다는 것이다.


또한 에너지 업계 위기 대응에 능숙해졌다. 코로나19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거치면서 업체들이 이익을 극대화하고 공급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조선 항로를 재조정하는데 익숙해졌다. 한 시니어 트레이더는 "석유 산업은 지난 5년 동안 이전 25년 동안 겪었던 것만큼 많은 문제를 경험했다"고 FT에 설명했다.


MST 파이낸셜의 에너지 리서치 총괄인 사울 카보닉(Saul Kavonic)은 이러한 경험으로 인해 시장이 단기적인 공급 충격에 대해 더 느긋해졌고 어쩌면 안이해지기까지 했다며 "실제 공급 차질이 발생하고 나서야 시장이 뒤늦게 대응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가별로 원유 비축량을 늘린 것도 영향을 끼쳤다. 예를 들어 중국은 현재 신규 원유 공급이 없더라도 약 124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의 원유를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텍사(Vortexa)는 분석했다. FT는 원유 공급이 원활할 당시 중동 문제를 걱정하던 국가들이 원유 비축량을 늘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보텍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웨치는 글로벌 원유 재고가 역사적 기준으로 보면 낮은 수준이지만 여전히 약 20억 배럴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인도 외부의 육상 재고는 계절적 범위의 저점에 있지만, 중동에서 발생하는 물량이 하루에 약 1600만 배럴인 경우 20억 배럴은 여전히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운송이 제한되더라도 일부 원유는 다른 경로로 옮길 수 있다는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 예를들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하루 약 900만 배럴의 원유를 해협을 우회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송할 수 있다.


다만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길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FT는 위험 요소를 전쟁의 심각성과 공급 차질의 지속기간으로 꼽았다.


호르무즈 해협이 2주 동안 봉쇄될 경우 2억5000만 배럴 이상의 원유가 이동하지 못한 채 묶일 수 있다고 사울 카보닉은 추정했다. 그렇게 되면 일부 걸프 국가들은 저장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유전의 가동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나오면 결국 100달러를 넘길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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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글로벌 에너지에서 원유 거래를 연구하는 왕주웨이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해상 운송이 비교적 빠르게 정상화될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80~90달러 범위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운송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는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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