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불법 무력"vs이스라엘 "核 차단"…장외 여론전(종합)
주한이란대사·주한이스라엘대사, 한날한시 韓언론 대상 기자회견
주한이란이슬람공화국대사관과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이 5일 서울에서 잇달아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중동 상황과 관련해 장외 여론전을 펼쳤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주한이란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과 지역 대리인 이스라엘 정권의 군사 공격은 외교에 대한 명백한 배신"이라며 "유엔 헌장 2조4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이며, 불법적인 무력 사용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첫 희생자는 미나브시의 한 학교에 있던 165명의 어린 여학생들"이라며 "이란 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문서와 증명자료를 토대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상대로 공소제기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민간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이번 전쟁의 불법성을 국제사회에서 공론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확전과 장기화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유엔헌장 제51조에 따라 보장된 자위권 행사하는데 어떠한 주저함도 없다"며 "이란의 대응은 보복이 아닌 정당방위이며, 침략이 완전히 중단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아랍 국가에 있는 미 군사기지를 이용해 이란을 공격하는데 전쟁이 길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불법적이고 공격이 있는 현재 상황에서 어떤 협상 테이블에도 앉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쿠제치 대사는 이란 핵 프로그램 관련 미국과의 3차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공습이 벌어진 점을 상기시키며 "핵 문제는 이란에 대한 압박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치적 구실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여러 차례에 걸쳐 낸 보고서에서 이란의 핵개발이 무기화한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 나와 있다"면서 "중동에서 핵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국가는 이스라엘임에도 불구하고 IAEA의 어떠한 사찰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 공격에 침묵한다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전쟁하는 것에 동의한다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면서 한국 정부를 향해 "분쟁을 멈추기 위해 좀 더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호소했다.
라파엘 하르파즈 주한이스라엘 대사도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HJ 비즈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은 그동안 핵 개발 진행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를 속여왔다"며 이번 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우라늄을 60% 농축했다는 것은 민간용이 아닌 무기용으로 만들기 위한 목적이 분명하다는 의미"라며 "이란은 핵무기를 갖게 되면 이를 사용하는 데 주저함이 전혀 없는 국가"라고 날을 세웠다.
특히 하르파즈 대사는 북한의 핵개발 상황을 언급하며 "1990년대 북한의 핵 개발을 멈추지 않았기에 지금의 상황까지 왔다"며 "북한의 핵 문제에서 교훈을 배워 이란을 저지하기 위해 이번 작전을 진행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과 같은 핵개발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이란을 공격했다는 명분을 내세운 발언이다.
그는 다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말한 것처럼 '끝이 없는 작전'이 아니다"라며 "그동안 미국이 많은 기회를 줬던 것처럼 협상에 응하면 작전이 마무리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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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내 초등학교 등 민간시설을 공습했다는 지적에 대해 하르파즈 대사는 "현재 확인하고 있다"며 "우리는 민간 시설을 한 번도 고의로 공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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