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다 왕족 사라져' 우려에 규칙 개정 시도
다카이치 총리 "아버지 혈통 이어받은 아들만 인정"
호감도 높은 공주 여왕 만들자 여론 높은 가운데
어떤 결정 내릴지 日 내부도 주목

편집자주도쿄에 상주 중인 국제부 기자가 한 주간 일본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매주 토요일 업데이트.
이번 주 무슨 日이

일본 정치권에서 '일왕은 남성만 계승해야 한다'는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이야기가 발단이었는데요.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 여성 일왕이 있던 것은 역사적 사실이나, 왕위 계승은 부계에 한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여성 총리는 되지만 여왕은 안 돼…왕실 둘러싼 갑론을박 [뭔日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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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왜 왕위 계승 문제가 불거졌을까요. 왕위를 계승할 남성이 부족해졌기 때문입니다. 현재 일본 왕실의 구성원은 16명으로, 자격이 있는 남성은 단 3명뿐입니다. 일왕의 동생인 후미히토 왕세제(60세), 그리고 그의 아들인 히사히토 왕자(19세), 퇴위한 아키히토 전 일왕의 남동생 마사히토(90세)입니다. 젊은 남성 후계자가 대학생인 히사히토 왕자 한 명뿐인 것입니다.


여성 왕족이 결혼하면 왕실을 떠나야 한다는 규정도 문제입니다. 이에 따르면 시간이 지날수록 왕족 수는 줄어들게 됩니다. 지금 미혼 왕족 6명 가운데 5명이 여성인데, 이들이 모두 결혼하게 되면 왕실에 남는 사람이 거의 없게 되는 거죠. 이 때문에 본인이 결혼하면 가문이 사라질 위기에 놓인다며 미혼을 고수하는 여성들도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왕실 유지가 어려워진다'는 위기감 속에서 자민당은 왕실의 규칙을 담은 '황실전범' 개정을 시급한 과제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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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위 계승 서열 1위인 후미히토 왕세제(왼쪽에서 두번째) 일가 사진. 오른쪽에서 첫번째가 아들 히로히토 왕자다. 궁내청.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후미히토 왕세제(왼쪽에서 두번째) 일가 사진. 오른쪽에서 첫번째가 아들 히로히토 왕자다. 궁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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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회에서 거론되는 방안은 ▲여성 왕족이 결혼 후에도 왕족 신분을 유지하는 것 ▲지금은 일반인인 옛 왕가의 남성을 양자로 들여 왕족으로 만드는 것 2가지입니다. 1920년 일본 정부는 일왕 후손을 장남 부계 4대까지만 왕족으로 유지하는 규정을 마련했습니다. 이후 2차 세계대전 패망 뒤 연합군 점령기에는 다수의 왕족이 일반 국민 신분으로 전환됐습니다. 일본 보수 진영은 이를 두고 연합군이 왕실을 약화하기 위해 규모를 축소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런 인식을 고려하면, 왕위 계승 문제에 자민당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도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 있죠.


일단 자민당은 두 번째 방안으로 논의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여왕이 일반인 남성과 결혼해 그 자식이 왕이 되면, 왕가의 명맥이 끊긴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지난 4일에도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 고바야시 다카유키 자민당 정책조사회장이 이와 관련한 의견을 논의하러 회동했죠.


이 논쟁이 더 거칠어지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지금 왕실에서 대중적 인기가 큰 인물이 여성인 아이코 공주기 때문입니다.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 아이코 공주는 유일한 왕실 후계자라는 히사히토 왕자와 대비되는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공부를 잘해 특혜논란 없이 대학에 입학했고, 성인식에서 고모가 썼던 티아라를 빌려 쓰는 검소한 모습을 보여 큰 호감을 샀죠. 여기에 일본 적십자에서 성실히 근무하는 모습으로 존재감이 대폭 커졌습니다.


아이코 공주. 궁내청.

아이코 공주. 궁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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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아이코 공주를 왕으로 올리자는 목소리가 큽니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해 12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성 일왕 찬성에 대한 의견은 69%에 달할 정도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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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나타냈습니다. 마이니치신문은 칼럼에서 헌법 1조를 근거로 들며 "헌법에서 일왕은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이며 지위는 주권이 존재하는 일본 국민의 총의에 바탕을 둔다고 하고 있다"며 "국민의 지지와 공감이 없다면 제도가 흔들리고 말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최초 여성 총리인 다카이치 총리가 남성 계승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점은 아이러니한 대목입니다. 과거에 일본에도 여왕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여론의 반발 속에 이 원칙을 그대로 유지할지, 왕위 계승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연관 기사는 이곳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이코 공주에 대한 이모저모 https://www.asiae.co.kr/article/2024012616431480196

▶왕위계승 후보인 일본 왕자의 대학 입학 논란 https://www.asiae.co.kr/article/2025030716324181540

이번주 일본 경제·산업 브리핑
▶美 이란 침공에 일본도 출렁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소식이 연일 신문 1면에 오르고 있습니다. 주요 원유 수입국인 일본 역시 중동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는데요. 닛케이225 평균주가도 크게 하락했다가 일부 반등하는 흐름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일본 방송은 두바이에 녹차를 납품하는 중소기업, 원유 가격 상승으로 플라스틱 가격 인상을 걱정하는 프라모델 제조업체 등 현지 기업들의 어려움도 전하고 있습니다.

▶총리도 모르는 '사나에 토큰' 등장
다카이치 총리의 이름을 딴 가상자산 '사나에 토큰'이 출시됐습니다. 출시자는 "총리 측과 소통하고 있다"며 투자자를 모았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관련성을 부인했습니다. 한 차례 소동으로 끝났지만 총리의 인기를 보여주는 해프닝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오타니 보려면 결제해…WBC 중계 넷플릭스 독점 논란
넷플릭스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 중계권을 독점했습니다. 넷플릭스를 이용하지 않는 시청자들은 경기를 보려면 별도로 결제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일본에서는 "오타니 쇼헤이 선수를 보려면 돈을 내야 하느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습니다.

도쿄(일본)=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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