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싱크탱크 "온플법은 디지털 장벽... 무역보복 301조 동원 경고"
디지털 분야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
입법속도 조절·팩트 기반 설득 제언도
미국의 싱크탱크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을 대표적인 디지털 분야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하고, 향후 한미 통상 마찰로 비화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구글이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를 앞세워 한국 정부로부터 19년 만에 고정밀 지도를 받아낸 지 일주일 만에 나온 조치로, 국내 디지털 정책 방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특위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DC의 싱크탱크인 아시아정책연구소(NBR)는 4일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한미 무역의 새로운 디지털 비관세 장벽' 보고서를 발간했다. NBR은 온플법의 가장 큰 문제로 규제 설계 방식을 지목했다. 기업의 개별 활동이 아니라 대규모 플랫폼이라는 지위 자체를 기준으로 규제 대상을 정하면서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가 규제 부담의 상당 부분을 떠안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NBR은 온플법이 형식적으로는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이들에 대한 차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NBR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대항해 보복성 관세를 부과할 근거가 되는 무역법 301조에 따라 보복 조치를 검토하는 등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NBR은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온플법을 지속적인 무역 마찰 요인으로 간주하고 디지털 무역 의제의 최우선 순위로 다뤄야 한다"며 "USTR은 무역법 301조 대응을 포함한 조치 격상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온플법이 유럽연합(EU)의 또 다른 빅테크 불공정 행위 규제법인 디지털시장법(DMA)과 유사한 사전 규제 구조를 갖고 있으면서도, 절차적 안전장치는 오히려 더 약하다고 지적했다. '불공정' 기준이 광범위하고 과징금이 매출의 최대 10%에 달하며, 대통령령에 적용 범위와 시행 방식을 위임한다는 점에서 기업의 규제 예측 가능성을 현저히 떨어뜨린다는 분석이다.
한국 정부는 온플법이 특정 국가 기업을 겨냥한 규제가 아님에도 미국이 오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미의원연맹 주최 '한미 관세 관련 간담회'에 참석해 "국회에서 논의 중인 다양한 법안에 대해 미국 측에 우리의 정책 의도를 정확히 설명하고 오해를 방지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온플법 등에 대한 미국 측의 반발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미국 측에 입법 취지와 내용을 설명하는 등 오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미국의 반발을 의식해 온플법을 독과점 등 시장 지배력 남용을 규제하는 '독점규제법'과 입점업체와 플랫폼 간 불공정 거래를 금지하는 '거래공정화법'으로 나누고, 미국 기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적은 공정화법부터 우선 추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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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 조사에 나서면서 통상 환경이 더욱 불투명해진 만큼 디지털 규제 입법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일 통화에서 "국외적인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의지대로 온플법을 밀어붙이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국내 시장 상황과 실제 피해 사례,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플법이 최선책인 이유 등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 유일한 돌파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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