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중동 바닷길·하늘길 폐쇄 "의약품·반도체 등 공급망 쇼크"
공급망 전문가 펜필드 교수
AP통신에 "전세계 영향 심각"
해운사, 희망봉 우회항로 변경
영공·공항폐쇄, 항공운송도 제약
의약품·전자제품·농산물 해당
알루미늄 제조설비도 가동 중단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한 중동지역 정세 불안이 전 세계 의약품, 반도체·배터리까지 연쇄적인 '공급망 충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전 세계 5%에 해당하는 선박이 중동지역 인근에서 발이 묶인 데다 하늘길까지 막혀 있어서다. 이란이 걸프지역 주변국 민감시설들을 집중 폭격하면서 석유화학 제품의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공급망 전문가인 패트릭 펜필드 시러큐스대 교수는 4일(현지시간) AP통신에 "이번 사태는 전 세계 공급망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분쟁이 계속 진행되면서 물자 부족 현상과 상당한 가격 상승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중동지역을 주요 교역로로 이용하는 제품군은 다양하다. 플라스틱과 고무 제조에 사용되는 석유화학 원료, 질소 비료 등 천연가스를 원료로 하는 제품들은 중동에서 수출된다. 인도산 의약품과 아시아산 반도체·배터리 제품도 이곳을 거쳐 전 세계로 팔린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업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선박 수의 약 4%에 해당하는 3200척가량이 페르시아만에 정박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 선박의 1%에 해당하는 500척가량도 아랍에미리트(UAE)·오만 연안 항구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군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 외에도 불안정한 중동 정세는 홍해와 수에즈 운하의 통행에도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해운회사 머스크는 수에즈 운하와 홍해 통행을 재개했다. 그러나 지난 1일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항로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다른 해운 회사들도 비슷한 조처를 취했다.
바뀐 경로에 근거해 펜필드 교수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항해 기간은 10~14일가량 늘고, 배 한 척당 연료비가 100만달러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늘어난 연료비에 항로 연장, 지정학적 위험 증가 부담 등 이른바 '전쟁비용'이 반영된 결과다. 머스크는 지난 3일 운영 현황을 업데이트하면서 공급 부족으로 인해 항공 화물 운송료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해운 운송의 대안으로 제기되는 항공 화물 운송도 제약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란을 비롯해 UAE와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이라크 등 주변 걸프 지역국까지 모두 영공과 공항이 폐쇄됐다.
세계 최대 항공기 회사이자 방위산업체인 보잉은 '세계 항공 화물 전망 보고서'에서 항공 운송 화물량이 전 세계 운송량의 1% 미만을 차지하지만, 항공으로 운송되는 제품은 의약품, 전자제품, 농산물과 같이 부패하기 쉽거나 고가 상품인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이 같은 상품은 전 세계 무역 가치의 약 35%를 차지한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항공 산업 분석가인 헨리 하르테벨트는 "인도에서 생산돼 전 세계로 수출되는 의약품이 많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면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골드만 CARU 컨테이너의 북미 총괄 매니저는 "비록 작은 비율처럼 보여도 이는 다른 곳에서도 혼잡을 초래하는 도미노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며 "이번 군사 행동으로 영향을 받는 항구는 소수이지만, 전체 공급망에는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중요 산업재 중 하나인 알루미늄도 제조 설비 가동이 중단된 후 가격이 치솟고 있다. 현재 카타르 국영 기업 산하 핵심 알루미늄 제련소인 카탈룸은 가동 중단 절차에 들어간 상태로, 회사는 완전 재가동까지 6~12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회사의 1차 알루미늄 생산 능력은 63만6000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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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금융그룹 ING의 에바 멘데이 상품 스트래티지스트는 "중동에서의 분쟁 격화는 알루미늄 가격과 실물 프리미엄의 상승 위험을 더욱 키우고 있다"며 "앞서 카타르에너지가 이란의 공격으로 알루미늄과 일부 화학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고 밝히자 알루미늄 가격은 t당 최대 3.8% 상승해 3315달러까지 치솟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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