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는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는 토속 신앙 중 하나다. 집을 고를 때 창문이 남쪽으로 뚫렸는지, 머리를 어느 방향에 두고 자야 하는지, 어느 장소에 거울을 둬야 하는지 고려하는 것들 모두 풍수지리와 관련돼 있다. 집안 어른이 돌아가셨을 때도 풍수지리에 기댄다. 묘지를 조성할 곳을 찾을 때 풍수지리 전문가를 찾아서 조언을 듣는다. 마음 한구석에 풍수지리에 대한 불신이 있더라도, 굳이 말을 따르지 않아 화가 올 바에 풍수지리 전문가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게 맞다는 말도 있다.


[빵 굽는 타자기]조화를 찾는 풍수지리, 인문학·과학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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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 사주·풍수 전문가 김두규 우석대 전 교수의 신간 '풍수는 어떻게 부와 권력을 이끄는가'는 풍수를 더 이상 미신이나 점술의 언어로 두지 않고 도시·건축·예술·사주·장묘를 관통하는 '공간 해석의 틀'로 다시 읽어낸다. 삼성이 2018년 매각했던 서초사옥을 2024년 다시 사들인 사례, LS전선 본사가 서울이 아닌 경기도에 자리한 점, 금융감독원이 정문 대신 측문을 주 동선으로 사용하는 장면 등 우리 주변의 익숙한 풍경에서 출발해 "공간의 배치와 흐름이 조직과 사람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관심 가질 만한 이야기도 던진다. 바로 돈이다. 저자는 과거 창업자들은 풍수에 민감했다면서 대표적인 예시로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집안을 언급한다. 이 회장은 선친을 뜻을 받아들여 1967년 조부를 수원 이목동 길지로 이장했다. 선친이 7~8번 이장하면서도 이루지 못한 길지의 꿈을 대신 풀어준 것. 이 회장은 이장 내력을 비문에 새기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는 현재 대기업이 몰리는 강남땅이 부자가 사는 땅이지, 부자가 되는 땅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강남이 번창하려면 강남역 인근에 모이는 물을 옛 물길 복원을 통해 반포천으로 빠져나가게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건축가들도 풍수를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풍수는 산 자의 삶터와 일터, 놀이터, 쉼터, 장터 위에 올리는 건축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 저자는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윤석열 당선자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지 3년이 채 안 돼 파면됐고 구속됐다"며 "필자는 풍수학자로서 청와대가 흉지가 아님을 반복적으로 역설했다. 동시에 용산 국방부 터는 과룡의 터로서 필패의 땅이고 일제가 군사 기지로 쓰기 전에 수많은 무덤이 있던 공동묘지였다"고 주장했다.

건물 모양 역시 중요하다. 저자에 따르면 건물은 기를 담는 그릇이다. 그렇기에 건강한 건물은 반듯하고, 병든 건물은 뒤틀려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흉상 건물은 시각적, 청각적으로 불협화음을 낳는다"며 "건물 형상이 반듯하지 못하고 뒤틀리거나 삐죽빼죽하면 바람이 건물을 스치는 소리조차 일정하지 않다"고 했다. 시각적 일관성이 없는 건물이라면 정서적 신뢰감을 잃게 만들어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것.


무엇보다 저자는 풍수를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인문학·과학과 연결하려고 시도한다. 저자는 유명 건축가 안도 다다오와 만난 일화를 소개한다. 저자는 다다오가 땅과 그 위를 스치는 바람과 물, 빛을 읽어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저자가 "땅을 어떻게 보느냐"고 묻자 다다오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주변 자연환경이고 다른 하나는 역사성"이라며 "건물 자체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고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과 장소의 역사성을 이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결국 저자는 "풍수를 맹신하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건축물의 콘크리트와 땅, 물, 바람, 햇빛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깊이 있게 살피고 있는지 묻는다. 단순한 우리의 삶과 건강뿐만 아니라 부와 권력 역시 땅과 공간 위에서 형성된다는 점이 이 책이 알려주는 재밌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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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는 어떻게 부와 권력을 이끄는가|김두규 지음|해냄출판사|344쪽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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