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의학교육과 전공의 수련의 암울한 현실
'2000명' 숫자에 갇힌 K의료
진료보조 간호사 성급한 도입
지역의사제도 성공 장담 못해
의대 2000명 증원이라는 정치적 꼼수로 촉발된 의정 갈등의 후폭풍이 심각하다. 지금은 의료계가 극한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의학 교육과 전공의 수련이 정상화되고 화려한 'K의료'가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의학 교육과 전공의 수련을 전담하고 있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의과대학과 부속병원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전제되지 않은 의대 입학정원 증원은 현실적이지 않은 꿈이다. 더욱이 당장 효과가 나타나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지역·필수·공공의료의 붕괴를 10년 후에 양성되는 의대 증원으로 해결하겠다는 '학철부어'식의 엉터리 처방에 대한 미련은 확실하게 접어야 한다.
의사를 양성하는 의대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먼저 2024·2025학번의 '더블링'의 후유증이 상상을 넘어선다. 의예과 2년만 견디면 된다는 일부 엉터리 전문가들의 주장은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 시설과 인력이 부족한 의과대학에서의 부실한 의학 교육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게 된다. 교육부가 모집인원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역 의대의 열악한 교육 환경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지나치게 늘어난 의대생의 사병 입대 후유증도 걱정해야 한다. 군의관·공중보건의의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509명 증원에 이어 내년부터 5년 동안 연평균 668명 증원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 32개 지역 의대의 사정도 좋지 않다. 자칫하면 서울과 지역 의대의 교육 격차가 항구적으로 고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역 의대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적 배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2031년부터 불거질 '전공의 수련 대란'도 걱정이다. 현재 48개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해서 211개 수련병원에서 매년 수용하는 전공의의 규모는 3200명 수준이다. 현재 의예과 1학년 재학생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2800명이 전공의 수련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낭인(浪人)'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뜻이다. 지난해 성급하게 도입한 '진료보조(PA) 간호사' 제도도 악재일 수밖에 없다. 수련병원의 경영자와 의대 교수들의 전공의 수련에 대한 관심도 위험한 수준으로 흔들리고 있다.
지난 연말 허겁지겁 도입한 '지역의사제'의 성공도 장담할 수 없다. 지역·필수의료 붕괴는 단순히 정부가 강제로 지역의사를 배치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지역의 환자가 수도권과 대도시의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려가고 있는 현실에 대한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거주이전·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문제도 절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지역의사전형에 의한 대학입시의 왜곡도 심각하다.
응급실 뺑뺑이에 대한 대책은 돌팔이 처방 수준이다. '광역상황실'에서 강제로 병원을 지정해 주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광역상황실이 병원의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부터 쉬울 수가 없다. 오히려 응급실의 의료진이 응급환자의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에 대한 사법적 부담을 걱정하지 않도록 해주는 확실한 제도가 필요하다. 의사의 진료 시간을 '15분'으로 늘이겠다는 발상도 어설프다. 모든 환자가 심층진찰을 반기는 것도 아니다. 진찰료가 4배 이상 올라가고 의사 만나기가 별 따기만큼 어려워진다는 사실도 걱정해야 한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배탈인 줄 알고 지사제로 버텼는데…알고 보니 30...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과학커뮤니케이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