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민정책, 최저임금 차등 없이 성공할까
"자국민 인권 보호를 위해 다양한 임금 기준과 해외사례를 연구해 한국형 외국인노동자 적정 임금을 설정하고자 합니다. 다만 최저임금보다 낮아질 가능성은 없습니다."
차용호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지난 3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2030 이민정책 미래전략' 브리핑에서 외국인노동자의 임금 하한을 묻는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현행 한국의 근로기준법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따라 국적을 이유로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견 당연한 대답이다. 법무부의 이민정책 개선안은 고급인재 유치뿐 아니라 지역 및 소상공인을 위한 중·저숙련 외국인노동자 유치 방안까지 망라했다. 다만 민감하지만 피할 수 없는 '업종·지역별 차등 최저임금' 논의는 빠졌다.
현재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유례없는 속도로 급감하고 있다. 소멸 위기 지역을 살리고 산업의 허리를 지탱하기 위해 중·저숙련 외국인노동자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 선결돼야 하는 것이 '업종·지역별 차등 최저임금'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저임금의 획일적 적용이 낳은 정책 실패의 뼈아픈 사례는 가까이 있다. 지난해 말 종료된 서울시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2024년 9월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을 들여오며 야심 차게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무수한 논란 속 본사업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종료됐다.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었다. 내국인과 같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다 보니, 하루 8시간 고용 기준 월 292만원가량의 비용이 발생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정착시킨 싱가포르의 6.6배, 홍콩이나 대만보다는 4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맞벌이 가정의 가사·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책이 고임금 구조 속에 표류한 것이다.
차별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사회적 논의가 지지부진한 사이 부작용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일부 지역의 영세 사업장이나 지방 현장에서는 법정 최저임금이 사실상 지켜지지 않고, 이면 계약이 횡행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시장의 현실을 무시한 획일적인 제도가 음성적인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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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미국과 일본, 독일, 호주 등 주요 선진국들은 업종·지역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인력 조달의 합리성을 높이고 산업 및 지역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경직된 임금 체계를 그대로 둔 채 이민정책 대변환이 성공할 수 있을까. 복잡하고 까다롭더라도 업종·지역별 차등 최저임금 설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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