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로또 정시' 잔혹사
노력보다 전략, 공정성 의문

[기자수첩]영어 5등급 서울대 정시 합격…예측 불허 수능
AD
원본보기 아이콘

"영어 5등급으로 서울대 정시에 붙었다고?"


2026학년도 대입이 마무리되던 지난 2월 말, 한 수험생의 '서울대 수리과학부 합격 인증 사진'이 입시 커뮤니티를 뒤흔들었다. 합격증과 함께 공개된 수능 성적표에는 '영어 5등급, 화학II 4등급'이 적혀 있었다. 1점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수능에서 어떻게 영어 5등급으로 서울대에 합격할 수 있었을까. 서울대는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했지만, 입시업계에서는 "가능한 얘기"라고 입을 모았다.


우선 서울대의 영어 감점 체계에 첫 번째 답이 있다. 영어는 등급별로 점수를 깎는 서울대는 영어 5등급인 경우, 총점 6점이 감점된다. 하지만 이 차이는 수학 한 문제나 국어 고난도 문항 몇 개로 만회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서울대는 수학 반영 비율이 40%에 달하는데, 해당 학생의 수학 표준점수는 만점(139점)이었다.


올해 수능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2026학년도 수능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은 직전 해 6.22%에서 3.11%로 떨어졌다. 영어 난도가 높아지면서 서울대처럼 영어 반영 비중이 낮은 대학에서는 국어·수학 점수가 당락을 좌우하는 구조가 더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이를 본 입시전문가는 이렇게 평가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본인이 공부도 열심히 했겠지만, 운이 참 좋았다."

이 같은 '입시 이변'은 처음이 아니다. 2019학년도에는 수학 4등급 수험생이 의대에 합격했다. 당시 '불국어'였던 국어 점수가 월등히 높아 수학 4등급을 상쇄할 수 있었다고 한다. 2018학년도에는 영어 4등급으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에 합격한 사례가 있었다. 2023학년도에는 국어 5등급 학생이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정시 1단계를 통과하기도 했다.


이변은 희망을 준다. 하지만 이변이 잦다는 것은 그만큼 입시가 불안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수능'과 '불수능'을 오가는 난이도, 수시로 바뀌는 교육 정책, 복잡한 대입 전형 속에서 수험생들이 미리 전략을 짜고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


이렇다보니 입시 전략은 사교육 컨설팅에 의지하고, 결과는 운에 맡기는 구조가 된다. 한 교육 전문가는 "우리가 공정하다고 믿는 수능이 사실 얼마나 불안정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만약 2027학년도 수능이 '물영어'로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영어 5등급으로 같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운이 좋았다'는 말도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다. 통합사회·통합과학 체제로 치러질 2028학년도 수능에서는 또 어떤 변수와 이변이 일어날까.

AD

입시가 노력의 결과보다 '운이 좋았네, 나빴네'로 설명되는 순간 '공정한 시험'이라는 믿음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