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폐황'이 움직이는 로봇으로…국내 연구진, 순환형 4D 프린팅 첫 구현[과학을읽다]
정유 부산물 황으로 스스로 움직이는 소프트 로봇 제작…프린팅·재활용 반복 가능한 '순환형 소재'
정유 공정에서 버려지는 황을 활용해 스스로 움직이고 재활용까지 가능한 '순환형 4D 프린팅'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산업 폐기물을 첨단 로봇 소재로 전환한 사례로, 소프트 로봇과 스마트 소재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한국화학연구원 김동균 책임연구원(교신저자), 위정재 한양대학교 교수(교신저자), 김용석 세종대학교 교수(교신저자) 공동 연구팀은 황 고분자를 활용해 온도·빛·자기장 등 다양한 자극에 반응하는 4D 프린팅 기술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 2025년 11월호에 게재됐다.
느슨한 그물 구조로 합성된 황 플라스틱은 3D 프린팅이 가능하고, 빛이나 열로 구조물을 용접·조립할 수 있으며 형상기억 기능을 갖는다. 또한 사용 후 재활용해 새로운 구조물로 다시 프린팅할 수 있다. 이 소재로 만든 4D 프린팅 로봇은 온도·빛·자석에 반응해 움직이며, 실 모양 로봇은 장애물을 넘고, 집게형 로봇은 물건을 운반하며, 캡슐형 로봇은 액체를 방출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연구팀 제공
폐기물 '황', 첨단 소재로 바꾸다
정유 공정에서는 대량의 황 부산물이 발생한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황 생산량은 약 8500만t에 달한다. 대부분 정유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활용처가 제한적이어서 처리 비용과 환경 부담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문제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소재가 '황 플라스틱'이다. 황을 기반으로 합성한 고분자 소재로, 일반 플라스틱과 달리 적외선을 잘 통과시키고 중금속 흡착 능력이 뛰어나 적외선 카메라 렌즈나 수질 정화 소재 등으로 활용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다만 기존 황 플라스틱은 분자 구조가 촘촘하게 얽힌 '가교 구조'를 이루고 있어 가공성이 낮고, 복잡한 형상을 만드는 3D 프린팅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황도 프린팅한다"…세계 첫 황 플라스틱 4D 프린팅
연구팀은 황 고분자의 내부 분자 구조를 느슨하게 설계해 가공성을 높이고, 열을 가하면 노즐을 통해 압출할 수 있는 새로운 황 플라스틱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황 기반 소재로는 세계 최초로 3D 프린팅에 성공했다.
여기에 형상기억 기능을 더해 '4D 프린팅' 기술도 구현했다. 4D 프린팅은 3D 프린팅된 구조물이 시간의 흐름이나 외부 자극에 반응해 스스로 형태를 바꾸는 기술이다.
이번 소재는 온도나 빛을 받으면 미리 설계된 형태로 변형되며, 별도의 모터나 전기 장치 없이도 구조물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
특히 연구팀은 레이저를 약 8초간 조사하면 소재 내부 결합이 끊어졌다가 다시 연결되는 '레이저 용접' 기술도 구현했다. 접착제 없이도 여러 구조물을 레고 블록처럼 연결해 복잡한 4D 구조체를 만들 수 있다.
배터리 없는 '소프트 로봇'…재활용까지 가능
연구팀은 황 플라스틱에 철가루를 약 20% 혼합해 자기장에 반응하는 복합소재도 개발했다. 이 소재로 만든 구조체는 자석의 움직임에 따라 이동하거나 방향을 바꾸는 초소형 소프트 로봇으로 작동한다.
실험에서는 굵기 약 1㎜ 수준의 실 형태 로봇이 물속에서 자석을 따라 이동하거나 장애물을 넘는 동작을 구현했다. 또한 특정 온도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집게를 열어 물체를 내려놓는 구조나, 일정 온도에서 촉매를 방출하는 화학 실험용 캡슐 구조도 구현됐다.
특히 이번 기술은 '프린팅→사용→재활용→재프린팅'으로 이어지는 순환형 제조 구조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제작된 구조물을 다시 녹여 원료로 사용할 수 있어 소재 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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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균 책임연구원은 "산업 부산물인 황을 첨단 로봇 소재로 업사이클링한 최초 사례"라며 "스스로 움직이고 재활용까지 가능한 스마트 소재는 미래 소프트 로봇과 자동화 산업의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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