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화도 안 받아" 현장 혼란 나몰라라 한 국토부
국토부·지자체 공조 실종
"국토교통부가 요즘 전화를 잘 받질 않네요."
서울 한 자치구 토지거래허가 담당자는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푸념 섞인 반응을 내놨다. 지난달 12일 정부의 실거주 의무 유예 보완책이 발표된 이후 구청 창구에 다주택자 민원이 쏟아졌지만 정작 주무 부처는 구청의 문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자치구 관계자는 "국토부 담당 부서가 연락을 받지 않아 개인적인 인맥을 동원해 부처 지인들에게 내용을 파악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국토부 '불통'이 주목받은 건 정부가 지난달 배포한 보도자료에 게재된 '최초 계약 종료일'이라는 표현이 혼란을 불렀기 때문이다. 정부는 보도자료에서 "실거주 의무가 개정안 발표일 현재 체결된 임대차계약상의 최초 계약 종료일까지 유예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를 '현재 체결돼 있는 계약의 종료일'이라는 뜻으로 썼다고 해명했지만 부동산 현장에선 '최초'는 '갱신'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통용됐다.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거주 중인 경우 '현재 계약'은 갱신이지 '최초 계약'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선 구청 공무원들이 "갱신 계약은 해당이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해석하는 건 법령 용어에 익숙한 실무자로서 오히려 자연스러운 판단이었다.
단어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거주 유예'라는 민감한 사안이 다뤄지자 수혜 대상 여부를 확인하려는 주민들 문의가 폭주했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민원이 쏟아져 국토부에 수차례 질의했지만 그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다"면서 "지난 3일에서야 겨우 기존 갱신 계약도 실거주 의무가 유예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특히 국토부는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LH 서울본부에서 열린 보완책 관련 지자체 교육에서 '최초 계약' 해석과 관련해 갱신 계약은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안내했다고 한다. 현장에 참석했던 구청 직원은 "토지거래허가 실무 경험이 많은 자치구 담당자들이 기존 갱신 계약이 제외된다는 점이 납득되지 않아 거듭 질의했다"며 "국토부 담당자들은 '제외되는 것이 맞다'고 확답까지 했다"고 전했다.
주무 부처의 불통과 납득이 안 되는 안내로 각 자치구는 그동안 보도자료 행간을 제각각 해석해 대응해왔다. 노원구는 갱신 여부와 상관없이 유예를 인정하는 쪽으로 안내했으나 일부 구청은 "최초 계약이 아니다"라며 토지거래허가를 반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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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주택자 매물이 나오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은 주춤하고 있다. 정책 의지가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선 지자체와의 정책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책 완성도는 화려한 발표가 아니라 민원 접수창구에서 단 한 명의 국민도 헷갈리지 않게 만드는 정교한 지침과 끝까지 책임지는 답변에서 완성된다는 점을 국토부는 환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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