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무주택자 '내집 마련 사다리'가 먼저다
무주택자들, 기축주택 매입 나설지 불투명
소액으로도 '내집' 마련토록 지원 필요
주택을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사람, 이른바 '다주택자'를 공공의 적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대통령이 소탕 작전을 지휘하며 관련 당국자들이 엄호 사격에 나서는 형국을 보인다. 정부는 공공연하게 시장을 이기겠다고도 천명한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와 동반해서 오른다고 한다. 시원시원해서인지, 정책에 찬성해서인지, 그 이유를 알긴 어렵다. 하지만 대통령이 국민을 대상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연일 집중 공격하는 모양새는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 목적과 의도도 명확하지 않다.
고위공직자, 국회의원 중에서도 다주택자가 수십 명이라고 한다. 이들은 주택 팔기를 주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유는 다주택 형태, 규모 등 가지각색이다. 우선 자녀를 포함한 가족의 생활 근거지와 근무지가 다른 경우다. 국회의원, 공무원, 공공기관 근무자 중에는 이런 경우가 대다수다. 3도(都)4촌(村)처럼 도시와 시골의 생활을 양립하기 위한 경우도 있다. 지난 정부가 지방 활성화를 위해 인구소멸 지역 주택의 소유를 권장한 데 따른 영향도 크다. 공동명의로 상속받아 다주택자가 되는 사례도 있다. 이렇듯 다주택자라고 해서 모두 비난받아야 할 대상인 것은 아니다. 그들에겐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전 세계 모든 도시에는 약 20% 이상(서울은 52%)의 사람들이 임대 주택에 머무르고 있다고 통계가 잡힌다. 집이 비싸거나 돈이 없어서만이 아니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임대(전·월세) 수요를 정부가 다 제공하지 않는다면 결국 다주택자가 공급자가 돼야 하는 게 시장 원리다. 즉, 시장에는 실거주 주택 소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임대주택의 공급자로서 다주택자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정부는 다주택자를 기한 내에 팔라고 강요만 할 것이 아니라 전·월세 수요를 어떻게 감당하겠다는 대안이 있어야 한다. 전국에 다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개인은 240만명 정도가 된다. 압박에 못 이겨 이 중 10%만 시장에 나와도 그 숫자는 24만채에 이른다. 하지만 주택 담보대출도 막힌 상황에서 그만한 기축주택 매입에 나설 무주택자들이 있을지 불투명하다. 결국 시장에서 급매물이 늘어나도 구매자가 없는 상황이 전개될 공산이 크다. 또 그만큼 일정 기간 임대주택도 줄어들 것이라 본다.
과거 정부는 필요할 때마다 자산가들에게 다주택자가 되도록 유도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 이후에는 신규 아파트가 청약도 안 되고 건설업계 부도가 늘어나니 아예 양도세를 유예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전·월세 대란 대책으로 등록임대업제도를 만들어 전세 가격 인상을 5%로 묶고 8년간 팔지 못하게 제한하는 대신 양도세 중과를 유예해 주기도 했다. 그러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다주택자들에 대한 특혜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제약에 대한 반대급부로 주어진 것으로 보는 게 맞다.
시장은 정부의 행보를 지켜볼 것이다. 자본을 가진 사람들은 주식, 채권, 금, 가상화폐, 주택 등에서 유리한 곳에 투자하기 마련이다. 다주택자들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할 것이 아니라 정책 목표에 맞게 달성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도입하는 것이 우선이다. 다주택 보유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정책과 더불어 청년을 포함한 무주택자들이 임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소액 자본으로도 장기 저리융자로 내집을 마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결국 자가 보유율을 높이는 것이 다주택자를 줄이는 길이다. 시장에 임대 수요가 있는 한 다주택자는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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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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