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법사위는 왜 하자 입법을 반복하는가
본회의 1시간 전 수정안…민주당 입법한계 노출
강경파 주도 법사위, 내부 견제도 안 돼
정세균도 "통법부 전락" 자당 향해 직격
'법 왜곡죄'로 불린 형법 개정안이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기 한 시간 전, 더불어민주당은 의원총회 후 '수정안'을 제출했다. 입법 최종 단계를 앞두고 부랴부랴 '벼락치기'로 문제 조항들을 손본 것이다.
판사·검사가 사실을 조작하거나 법을 왜곡 적용한 경우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이 법은 논의 초기부터 모호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치권이나 법조계에서는 법리적 문제 외에도 고소·고발이 늘 것을 두려워했다. 판결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판사나 검사 등을 상대로 고소, 고발을 벌일 것이라는 걱정이다. 변호사만 웃는, 끝없는 소송 지옥의 문고리를 열어젖힐 수 있다는 얘기다.
직권남용죄가 있어 법조인 등의 잘못을 잡아낼 수 있는 틀이 있는데, 별도의 법을 마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법부는 시대상에 맞춰 판례와 법 논리를 고쳐 변화된 세상의 흐름을 반영했는데, 이번 입법으로 기존 판례만 따르게 됐다는 개탄도 나왔다. 더 나아가 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 등이 완성될 경우 법왜곡죄의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이 검사의 기소 여부나 법관의 독립성 판단, 더 나아가 헌법재판관의 재판까지 수사하게 된다는 우려까지 민주당 내에서 나왔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날림 입법이 어느덧 익숙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국회증언감정법, 12월 내란전담재판부법, 정보통신망법, 올해 3월 국민투표법 등 소위 개혁입법 때마다 민주당은 본회의 직전 법안을 고쳤다. 나라의 중대사인 입법 과정의 부실함, 즉 하자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번번이 문제가 된 곳은 법제사법위원회다. 상원이라는 별칭을 가진 법사위는 소관 법체계와 별도로 체계·자구 심사권을 통해 다른 상임위원회에서 통과한 법까지 위헌이나 다른 법률과의 충돌 문제 등을 잡아내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문제가 있는 입법이 본회의로 가는 것을 막는 최종 관문이다. 문제는 법안의 하자를 잡아야 할 법사위가 부실입법 논란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법사위 내 강경파가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강성 주장을 펼치면 제어가 안 된다. 억지 주장이든, 합리적 비판이든 소수의 목소리는 강제로 종결되거나 제한당하기 일쑤다. 교섭단체 간 일정이나 의안을 협의할 야당 간사마저 없는, 비정상 상태가 지난해 9월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보다 큰 시야로 법사위를 다독여야 하는 원내지도부도 법사위를 막지 못하고 있다. 굳이 따지자면 원내지도부가 법사위 눈치를 보는 느낌이다. 당내 견제도 안 된다. 사법부에 분노한 강성 지지층 응원을 뒷배경으로 한 강경파 앞에 합리적 반론조차 조심스러운 지경이다. 의원 총회에서 법사위 강경파가 개혁의 대의를 외치면 앞에선 손뼉을 치고, 뒤로는 고개를 흔드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시민사회와 정부, 청와대까지 나서야 당이 마지못해 본회의 직전 벼락치기로 법안을 고치고 있다. 심도 있는 법안 심의 부재, 반대 목소리의 합리성에 귀 기울이지 않는 확증 편향, 대화와 타협의 상실 등이 '하자 입법'을 양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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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를 찾았던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법사위가 합의 처리라는 관행을 무시하는 상황을 두고서 "정상이 아니다"며 "국회는 입법부인데 통법부로 전락을 시켰다"고 질타했다. 오죽하면 노정객이 자기편을 향해 죽비를 들었는지 정치권은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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