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적 통제에 질식한 여성의 맹렬한 반격
사랑으로도 구원 못 하는 타인의 심연
낡은 가족주의 향한 파괴적 경고
※ 이 기사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될 만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영화 '다이 마이 러브'는 겉보기에 산후우울증을 앓는 여성의 투쟁기다. 하지만 서사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완전히 다른 층위의 본질을 파고든다. 전원주택, 자상한 남편, 갓 태어난 아이 등 '정상 가족'의 이미지를 숨 막히는 감옥으로 전복시킨다. 보이지 않는 규범과 억압이 여성의 자아를 어떻게 질식시키는지 보여주며 견고한 정상성의 신화를 가차 없이 파괴한다.
파격적인 시도의 중심에는 그레이스(제니퍼 로렌스)가 있다. 출산 뒤 신경증에 시달리며 서서히 일상의 궤도를 이탈한다. 남편 잭슨(로버트 패틴슨)이 정성껏 돌보지만, 합리적 헌신은 오히려 그레이스를 완벽한 아내이자 엄마라는 틀에 억지로 끼워 넣는다. 이 미묘한 엇갈림이 사랑만으로 타인의 심연을 구원할 수 없다는 근본적 단절을 드러낸다.
가족 구성원들도 평온으로 위장한 억압의 생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시어머니 팸(시시 스페이식)은 가부장적 체제에 순응해 자아를 상실한 지 오래다. 그레이스가 가장 두려워하는 끔찍한 미래를 대변한다. 치매를 앓는 시아버지 해리(닉 놀테)는 그레이스에게서 유일하게 동질감을 느낀다. 이성을 잃고 본능만 남은 퇴행이 억눌린 내면과 정확히 주파수가 맞춰진다.
이어지는 그레이스의 이상 증세는 광기보다 자연의 혼돈상태로 회귀하려는 야생적 생존 본능처럼 나타난다. 다친 반려견을 직접 총으로 쏴 죽이는가 하면, 한밤중 숲속을 짐승처럼 배회한다. 이성의 껍데기를 벗어던지는 일련의 과정은 문명과 제도의 틀을 부수려는 폭력적 해방을 가리킨다. 린 램지 감독은 불쾌한 일상 소음을 증폭한 사운드 디자인을 더해 관객의 신경증적 동기화를 유도한다.
가장 논쟁적인 대목은 결말이다. 정신 병원에서 퇴원한 그레이스는 심리적 안정을 되찾는 듯하지만 금세 폭발하고 만다. 트리거는 식탁 위에 놓인 '엄마가 돌아왔다(Mommy's Home)'고 적힌 케이크. 잭슨의 세심한 배려지만, 자신의 고유한 흔적과 야생성을 지우고 가족의 부속품으로 돌려놓으려는 시도로 받아들인다.
그는 유일한 탈출구이자 자신의 내면세계가 담긴 노트(원고)를 불태워 거대한 산불을 일으킨다. 이내 나체로 불길 속을 터벅터벅 걸어 들어간다. 주연한 제니퍼 로렌스는 이를 두고 "파멸적인 자살행위"라고 해석했다. 반면 램지 감독은 "갇힌 짐승이 비로소 자유를 얻는 해방이자 신화적 승화"라고 밝혔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배탈인 줄 알고 지사제로 버텼는데…알고 보니 30...
어느 쪽이든 불타는 숲 경계에서 아내를 지켜보는 잭슨의 체념은, 사랑만으로 타인의 심연을 구원할 수 없다는 서늘한 절망을 시사한다. 완벽한 가정이라는 허상을 기어이 잿더미로 소각한다. 성역화한 모성애와 낡은 가족주의를 맹신하는 세상을 향한 가장 뜨겁고도 파괴적인 경고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