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선발 불공정·학폭 선수 152명 대회 출전
이기흥 전 회장 전횡에 흔들린 체육회
"내부통제 재설계해야"

감사원이 대한체육회 운영 전반을 들여다본 결과 국가대표 선발의 공정성 훼손, 선수 인권보호 부실, 종목단체 관리·감독 미흡, 전 체육회장 중심의 전횡적 기관운영 등 구조적 문제를 무더기로 적발했다. 특히 폭행·성폭력 등 범죄로 체육지도자 자격이 취소된 인원 222명이 학교 등 일선 체육현장에서 지도자로 활동한 사실이 확인돼 체육계의 인권보호 체계가 사실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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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4일 '대한체육회 운영 및 관리·감독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에 관련자 주의와 제도 개선을 통보했다. 이번 감사는 2024년 하반기 문체부와 체육회가 서로를 상대로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등 갈등이 이어지자, 감사원이 지난해 2월 17일부터 4월 4일까지 문체부·대한체육회·스포츠윤리센터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감서 결과 우선 국가대표 선발 단계부터 공정성 문제가 반복됐다. 2022~2024년 29개 종목단체에서 국가대표 선발방식 결정과 후보자 평가를 맡는 이사·경기력향상위원 70명이 직을 유지한 채 국가대표 지도자에 지원·선발됐는데, 체육회는 이를 사실상 방치했다. 이해충돌 소지가 큰 구조를 그대로 둔 셈이다. 여기에 같은 기간 선수들이 제기한 국가대표 선발 이의신청 24건 가운데 13건은 종목단체가 체육회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지만, 체육회는 별도 확인 없이 국가대표 선발을 승인했다. 농구협회와 철인3종협회에서는 자격 요건이 미달한 지도자가 선발됐는데도 체육회가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국가대표 훈련지원도 자의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체육회는 2024년 파리올림픽 대비 강화훈련 계획을 짜면서 자체 기준상 금메달 가능 종목으로 분석된 사격 대신 비유력 종목인 근대5종을 최상위 지원등급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근대5종에는 인력과 지원이 늘어난 반면, 사격은 전년보다 선수 인원과 예산이 줄었다. 전 선수촌장은 세팍타크로 선수단에 대해 명확한 근거 없이 1년간 입촌훈련을 금지했고, 2024년 4분기에는 자신의 지시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육상을 포함한 전 종목 국외훈련비 지원을 취소해 우슈·체조 등 5개 종목단체의 국제교류에 차질을 빚게 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지은 진천선수촌도 비효율적으로 운영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2~2024년 진천선수촌 내 38개 훈련장 가운데 28개 훈련장의 연간 이용률은 50%에 못 미쳤고, 이 중 16개는 30% 미만이었다. 그런데도 체육회는 입촌하지 않으면 훈련장 사용을 막는 식으로 경직적으로 운영해, 비어 있는 시설을 활용하려던 배구협회 요청조차 "올림픽 불출전 종목"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폭행·성폭력 전력 222명 체육현장 지도자로…감사원 "대한체육회 운영 총체적 부실" 원본보기 아이콘

선수 인권보호 분야에서는 더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감사원은 체육회와 문체부의 소극적 처리로 폭행·괴롭힘·성폭력 관련 징계가 늦어지거나 부당하게 감경된 사례를 확인했다. 특히 문체부가 2020년 8월 범죄경력 조회가 가능한 체육지도자 자격증 보유자만 지도자로 등록하도록 제도 개선을 요구했지만, 체육회는 이를 6년째 시행하지 않았다. 그 결과 2020년 8월부터 2024년 말까지 폭행·성폭력 등 범죄로 체육지도자 자격이 취소된 상당수 인원 222명이 학교 등 현장에서 계속 지도자로 활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징계정보 공유 부실도 반복됐다. 장애인체육회에서 영구제명이나 1년 이상 자격정지 처분을 받고도 징계가 끝나지 않은 지도자 8명이 대한체육회 쪽으로 옮겨 지도자로 등록한 사례가 확인됐다. 학교폭력 대응도 허술했다. 체육회는 스포츠윤리센터의 학교폭력 이력 확인자료를 활용하지 않고 선수 서약서만 받아, 2022년 8월부터 2024년 말까지 29개 종목단체에서 학교폭력 가해 이력이 있는 선수 152명이 별다른 제한 없이 대회에 출전했다.


기관운영 전반에선 이기흥 전 체육회장의 전횡이 핵심 문제로 지목됐다. 감사원은 이 전 체육회장이 정관을 어기고 자신 또는 선거캠프 인사 추천으로 이사회를 구성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이사 47명 중 올림픽종목단체 소속은 18명(38%)에 그쳐, 과반이 되도록 한 정관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임원 연임 예외를 심사하는 스포츠공정위원회 역시 복수 추천 절차 없이 회장이 내정한 인사를 중심으로 꾸려져 공정성 논란을 키웠다.


예산 운영도 방만했다. 체육회는 2023년 전 체육회장 지시로 정관과 달리 이사회 의결만으로 자체예산을 확정·변경할 수 있도록 예산규정을 바꿨고, 자금난으로 운영자금 30억원을 차입할 정도로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행사성 예산을 2022년 13억원에서 2023년 24억원으로 84.6% 늘렸다. 운영 실적이 저조한 자문위원회도 대거 신설됐다. 전 체육회장은 8개 자문위원회를 새로 만들고 자문위원 109명을 늘렸으며, 문체부가 반대한 '평창동계훈련·교육센터장' 직위는 TF 형식으로 우회 설치해 편법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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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이번 감사의 핵심을 '체육회 지배구조의 실패'라고 봤다. 매년 4000억원대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기타공공기관인 체육회가 공적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외부 감독과 내부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감사원은 문체부에 체육회 감독 기능을 적절히 행사하라고 주의 요구하는 한편 문체부와 체육회에 상임감사제 도입, 자체감사기구의 독립성 확보, 감사 권한 강화 등 내부 통제체계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또 전 체육회장의 비위행위는 재취업·포상·공직후보자 검증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문체부에 인사자료로 통보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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