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으로 성북구 전세 급감' 팩트체크 해보니
서울시장이 놓친 전세시장의 진실
수치 맞지만 맥락은 달라

"1년 전 1300건이던 성북구의 전세 매물이 지금 124건으로 무려 90.6% 줄었다. 관악구는 78%, 중랑구 72%, 노원구 68% 감소하는 등 강북 지역 외곽 자치구에서 감소세가 정말 심각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월 25일 서울시의회 제334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한 발언이다. 아시아경제는 5일 오 시장의 발언, 즉 '성북구 전세 매물 실종' 주장을 검증했다. 그가 제시한 수치를 실제 데이터와 대조한 결과, 숫자 자체는 현실과 맞아떨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8만5000호 신속착공' 주택사업 핵심공급 전략사업 발표회에서 세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8만5000호 신속착공' 주택사업 핵심공급 전략사업 발표회에서 세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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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 집계(3월 4일 기준)에 따르면 성북구 전세 매물은 135건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1373건에 비해 1238건, 90.2% 감소했다. 오 시장이 인용한 '2월 20일 기준 90.6% 감소(1300건→124건)'와 규모와 방향성이 일치한다.

'기저효과'…알고도 외면했나, 모르고 지적했나

오 시장은 전세 급감의 원인을 "정책 변화와 수급 구조 재편에 따른 구조적 요인일 수 있어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번 들어간 집은 되도록 안 나가고 버티려 해 물량이 더 나오지 않고, 매물이 안 나오니 몇 안 되는 물량 거래에서 가격이 올라가는 수치가 많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시행과 정부의 최근 부동산 정책을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그러나 내용을 더 들여다보면 오 시장의 설명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 통계를 살펴보면 진짜 원인이 나타난다. 성북구 아파트 전세 매물 급감의 핵심 원인은 지난해 '장위자이 레디언트'(장위4구역, 2840가구) 대단지 입주로 빚어진 '비정상적 공급 폭증'의 기저효과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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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31일 입주를 시작한 장위4구역은 최근 10년간 성북구에서 공급된 아파트 단지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아실 집계 기준, 장위4구역 입주 시점을 앞둔 지난해 3월 중순 성북구 전세 매물은 1447건으로 최대치를 찍었다. 입주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같은 해 7월에는 전세 매물이 500건대로 떨어졌다.


입주 날짜에 임박해 전체 세대의 30~40%까지 한꺼번에 전세 시장에 쏟아진 결과다. 오 시장이 비교 기준으로 삼은 '전년도 1300건'은 바로 이 비정상적 공급 폭증 정점의 수치다.


같은 시기 인근 동대문구 이문·휘경뉴타운 '래미안 라그란데'(3069가구, 2025년 1월 입주)까지 입주가 겹치면서 동북권 전체 전세 물량이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 여파로 당시 전용 84㎡ 기준 새 아파트 전세가격이 5억원 안팎까지 하락했다.


장위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대규모 아파트가 입주하면 입주일 3~6개월 전부터 전세 매물이 등장하기 시작하고, 잔금 마련용 전세가 쏟아지면서 입주 1개월 전쯤에는 물량이 정점에 달한다"며 "작년 1~3월이 바로 그런 시기였다"고 말했다.

'전세 매물 90% 실종' 발칵 뒤집힌 성북구…서울시 숫자엔 '함정' 있었다 원본보기 아이콘
전세 실종 주범은 새 아파트 입주 가뭄

단지 규모가 클수록, 인근에 동시 입주 단지가 겹칠수록 물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성북구에서는 지난해 3월(2840가구), 5월(191가구) 이후 올해 8월 말까지 입주 예정 아파트가 단 한 곳도 없는 '입주 가뭄'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성북구 관계자는 "대규모 신축 아파트 입주에 따른 일시적 수급 변동을 감안하지 않고 통계를 해석해 이를 정책 실패의 근거로 삼는 것은 명백한 통계 해석의 오류"라며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만 조장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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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입주 물량의 영향은 같은 시기 서울 전체를 들여다봐도 확인된다. 지난해 1~6월 서울 전체의 새 아파트 입주는 21개 단지, 3만389가구에 달했다. 그러나 올 상반기 입주(예정 물량 포함)는 9개 단지, 2964가구에 불과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2%나 급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올해 서울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최근 5년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칠 만큼 크게 줄어든 것도 전세난의 주요 요인으로 볼 수 있다”며 “정부 탓을 하기 전에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분석해야 정확한 대책도 세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 매물 90% 실종' 발칵 뒤집힌 성북구…서울시 숫자엔 '함정' 있었다 원본보기 아이콘
'전세 매물 90% 실종' 발칵 뒤집힌 성북구…서울시 숫자엔 '함정' 있었다 원본보기 아이콘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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