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재정 부담에 결혼 미루는 Z세대
결혼하더라도 '간소화 예식' 대세
베트남·중국선 '애인 대행' 서비스도

편집자주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문화와 트렌드를 주도하며, 사회 전반에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는 세대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는Z금]에서는 전 세계 Z세대의 삶과 가치관을 조명하며, 그들이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전 세계적으로 결혼을 기피하거나 미루는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인도네시아에서도 젊은 층이 결혼을 늦추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로, 전통적으로 조혼을 중시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높은 생활비와 주거비 부담 등을 이유로 결혼을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내 삶이 더 중요"…가치관 달라진 Z세대
"복잡한 건 싫어요"…인도네시아 MZ도 결혼은 뒷전[세계는Z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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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도네시아 일간지 자카르타포스트는 "한때 성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로 여겨졌던 결혼이 이제 인도네시아 Z세대에 의해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며 "이들은 치솟는 생활비와 달라진 가치관을 이유로 결혼을 미루거나 소규모로 치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인구 약 2억8000만명 중 87%가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 국가다. 이슬람에서는 결혼을 장려하는 행위로 여긴다. 이슬람 경전인 코란 24장 32절에는 '미혼자들에게 결혼을 권하라'는 구절이 담겨 있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결혼을 중시해온 사회 분위기 속에서 결혼을 미루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인도네시아 중앙통계청(BPS)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조혼율은 2023년 9.23%로 나타났다. 여성 9명 중 1명이 조혼을 경험했다는 의미다. 정부는 2019년 여성의 결혼 가능 최저 연령을 16세에서 19세로 상향했지만, 여전히 조혼 풍습은 남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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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에서 활동 중인 디자이너 사피라(26·가명) 역시 결혼을 인생의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지 않다. 그는 "경제적·정신적으로 준비가 됐을 때, 그리고 직업과 삶이 안정됐을 때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사피라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집중하고 있지만, 친척들로부터 종종 '결혼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일부는 주변의 불행한 결혼 사례를 보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자바주 브카시 출신의 칸사(22)는 주변 여성들의 어려운 결혼생활을 지켜본 뒤 결혼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한 식당에서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려 애쓰는 여성을 본 적이 있다"며 "그런데 남편은 휴대전화만 보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여행과 석사 과정 준비에 집중하며 자신의 삶과 행복을 찾고 있다.


"독립적인 Z세대…결혼 안 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픽사베이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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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선택하더라도 방식은 간소화되는 추세다. 라이사 와르다나(25·가명)는 오는 8월 중부 자바주 수라카르타 고향에서 결혼식을 올릴 계획이다. 별도의 피로연 없이 예식을 치를 예정이라고 밝힌 그는 "복잡한 건 원치 않는다. 피로연 준비는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라이사는 약 100명의 하객을 초대할 예정이며, 총예산은 5000만 루피아(약 435만원)로 잡았다. 이는 2013년 자신의 언니가 치른 1200명 규모의 결혼식 비용의 절반 수준이다. 그는 "하루만 쓰고 끝나는 장소 대관이나 장식에 돈을 쓰는 대신, 우리의 미래에 투자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Z세대가 독립적 사고를 중시하는 만큼 결혼 여부와 시기를 스스로 결정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한다. 사회학자 라흐마트 히다야트는 "젊은층은 결혼하지 않는 삶의 가능성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며 "결혼하더라도 재정 문제 등 다음 단계를 신중하게 고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Z세대의 강점은 독립적 사고에 있다"며 "단순히 강요하거나 지시한다고 움직이는 세대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결혼 기피 확산…잔소리 피하려 '애인 대행' 서비스도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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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인도네시아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결혼을 미루거나 기피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며,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 출산·양육 비용 증가 등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결혼을 둘러싼 인식 변화는 예식 문화의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예식 없이 혼인신고만 하는 '나시혼'이나 집에서 소규모로 치르는 '앳홈 웨딩' 등 간소화된 결혼 방식이 늘고 있다. 비혼자를 위한 '솔로 웨딩'도 등장했다. 미국에서는 비용 절감을 위해 하객 수를 크게 줄인 결혼식이 확산하는 추세다. 하객 50명 안팎의 '마이크로 웨딩', 10명 이하의 '미니모니 웨딩'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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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결혼을 둘러싼 사회적 압박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 수요 또한 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최대 명절인 음력설 '뗏(Tet)'을 앞두고 온라인상에 '애인 대행을 구한다'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와 논란이 됐다. 명절 기간 친척들의 결혼·연애 관련 질문을 피하기 위해 일정 기간 연인 역할을 대신해 줄 사람을 찾는 것이다. 일일 비용은 50만~100만동(약 2만8000~6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가족의 결혼 독촉을 피하기 위해 '가짜 여자친구'를 고용하는 대역 서비스가 성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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