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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대 원전 공사비 갈등, 국내서 풀어라"…정부, 한전·한수원 중재 이관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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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카 원전 정산 분쟁 장기화에 비용·기술 유출 우려 확산
LCIA(영국)서 KCAB(한국)로 변경 주문
공공기관 배임 부담에 협의체 해법 모색

"1조원대 원전 공사비 갈등, 국내서 풀어라"…정부, 한전·한수원 중재 이관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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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1조원대 규모 추가 비용 정산 문제를 두고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이 갈등을 빚는 가운데, 정부가 중재 장소를 영국에서 국내로 옮기라고 공식 권고했다. 공공기관 간 정산 갈등이 런던 국제중재로 비화한 데 따른 비용 부담과 기술 유출 우려, 그리고 합의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배임 책임' 논란까지 얽히자 정부가 적극 개입에 나선 것이다.


산업통상부는 27일 한전·한수원 간 국제중재와 관련해 런던국제중재법원(LCIA) 중재를 대한상사중재원(KCAB)으로 이관하고, 양 기관이 정기 협의체를 구성해 근본적 합의 방안을 지속 논의하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 권고안은 제29차 적극행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의결됐다 .

이번 분쟁은 UAE 바라카 원전 사업 정산 문제에서 비롯됐다. 한수원은 2010년 5월 한전과 '운영지원용역(OSS) 계약'을 체결하고 시운전, 운영지원 시스템 구축 등 업무를 수행해왔다. 그러나 건설 과정에서 공기 지연이 발생했고, 1~3호기는 각각 2~3년 지연됐다. 4호기는 2024년 9월 상업운전을 시작했지만 세부 정산이 남아 아직 준공이 완료되지 않았다.


한전이 발주처 UAE원자력공사(ENEC)를 상대로 공기 지연 비용 등을 청구해 협의를 진행하는 동안, 한수원은 OSS 계약에 근거해 공기 지연에 따른 인건비와 추가 업무 수행 비용을 한전에 청구했다. 두 기관은 수차례 협의를 시도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한수원은 지난해 5월 LCIA에 중재를 신청했다.


문제는 단순한 비용 다툼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공공기관 간 국제중재로 소송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할 수 있고, 중재 과정에서 원전 관련 민감 기술이 해외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장기화될 경우 로펌 비용 등을 포함해 수백억 원대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UAE 바라카 원전. 아시아경제DB

UAE 바라카 원전.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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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인 장애물은 '배임 리스크'였다. 중재 절차 도중 합의로 방향을 틀거나 청구 규모를 조정할 경우, 향후 해당 결정이 기관에 불리한 결과로 이어지면 책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부담이 양측을 묶어왔다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재 제기 이후 절차 변경이나 합의가 각 사의 기대이익을 줄이는 것으로 해석될 경우 배임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기관 움직임이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공직자들의 배임 리스크를 최소화 하기 위해 산업부는 이번 적극행정위원회를 통해 공직자 보호 장치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공직자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할 일을 할 수 있게, 기관장이 확실히 책임지라는 국무회의 대통령 지시에 따라, 적극행정 활성화 및 공무원 보호방안을 완비했다"면서 "담당 공직자들이 불필요한 법적 리스크나 책임 추궁에 대한 두려움 없이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호·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이번 권고의 효과로 비용·기간·기술 유출 세 가지를 들고 있다. LCIA 대신 KCAB로 이관할 경우 중재 수수료 자체는 상대적으로 낮고, 영국 로펌 의존도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부는 "정확히 얼마가 줄어든다"고 수치화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국 중재 기간이 얼마나 단축되느냐가 총비용을 좌우한다는 판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비용도 중요하지만, 가장 큰 변수는 기간"이라며 "협의체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의사결정권자들이 직접 협상에 나서면 중재 장기화를 막고, 그에 따라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안은 원전 수출 거버넌스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한전이 주계약자로 발주처와 전체 정산을 협의하고, 한수원이 별도 계약에 따라 비용을 청구하는 현재 구조에서는 대형 해외 프로젝트마다 유사한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한전 중심 체계, 한수원 중심 체계, 제3의 전담기구 설치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단기간 내 개편이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산업부는 이번 권고가 분쟁의 종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 직제상 원전 수출 사무 외에 한전·한수원 경영에 직접 개입할 권한은 제한적"이라며 "공공기관 자율성 원칙 속에서 행정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 조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라카 원전은 우리나라 첫 수출 사례이자 상징적 성공 사업인 만큼, 정산 문제로 두 기관이 장기간 분쟁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향후 해외 원전 수주 과정에서 유사한 갈등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과 협력 체계 정비를 병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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